매각 본입찰을 앞두고 넥슨이 분리 매각안이란 예상치못한 카드를 꺼낼 것이란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주사인 NXC 안에 있는 비게임 회사를 분리해 게임회사만 판다는 것인데, 이 경우 투자자는 적자회사를 떠안지 않아도 돼 매각 가격이 최대 17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권 관계자를 인용해 넥슨이 김정주 회장과 그 일가가 보유한 NXC 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바꿔 게임 부문의 분리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김정주 회장은 자신과 부인 등이 가진 NXC 지분 98.64%를 매물로 내놓았다. 김 회장 67.49%, 부인 유정현 NXC 감사 29.43%, 김 회장 개인회사 와이즈키즈 1.72% 등이다. NXC는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 지분 48% 외에도 고급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유럽 가상화폐거래소 '비트스탬프' 등을 보유하고 있다.
매각설이 불거진 올해 초에도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코빗, 유럽 최대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비트스탬프 등 일부 자회사를 팔지 않고 남겨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김 회장이 평소 블록체인에 관심을 나타내왔기 때문이다.
김정주 회장은 넥슨 매각에 대한 입장문에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도전'이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사업이라고 보고 있다.
분리 매각시 인수가는 상승할 전망이다. FT는 "매각 자산이 조정되면서 넥슨의 인수가는 150억 달러(약 17조 원) 정도로 오를 것"이라 내다봤다. 국내 투자자들이 예상한 매각가인 10조원보다 휠씬 높은 가격이다.
게임 산업과 관계없는 계열사까지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넥슨 인수전은 이달 중순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와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MBK파트너스와의 연합을, 중국 텐센트는 전략적투자자(SI) 또는 주요출자자(LP) 등으로의 참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관계자는 "인수전 외부에서는 딜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내부에서는 그렇지 않다.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T는 앞선 중국과의 사드 갈등, 넥슨의 해외 매각에 대한 거부감 등 정치적 관계를 고려하면 인수자로 국내 자본인 MBK파트너스와 카카오를 선호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넥슨을 직접 인수하는 대신 전략적 파트너로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텐센트는 넥슨의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서비스하고 있으며 넷마블 지분 17.7%, 카카오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다.
FT는 넥슨 인수전의 장애물로 경제적 민족주의와 김정주 회장의 탈세 혐의 등을 언급했다. 검찰은 지난달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김정주 회장 및 관계자와 NXC 등 법인의 조세포탈 혐의를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