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 침체의 전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옐런 전 의장은 25일(현지시간) 크레디트스위스가 홍콩에서 개최한 아시안 금융 콘퍼런스에서 “채권시장에서 최근 나타난 현상은 경기침체 신호가 아니라 금리인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고 CNBC 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시장은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에 흔들리고 있다. 지난주 나타난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현상이 경기침체의 전조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22일 미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과 3개월물 미국 국채수익률은 나란히 2.45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10년물 금리가 2.42% 선까지 급락하면서 3개월물 금리를 밑돌았다.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역전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 경기에 대한 불안이 강해지면 향후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어 장기 금리가 크게 하락해 단기 금리를 밑도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장단기 금리 역전으로, 기간별 금리를 연결해서 그리는 ‘수익률 곡선’이 평상시와 반대가 된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통상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로 해석돼왔다. 시장조사업체 비앙코리서치가 지난 50년간 미국의 상황을 조사한 결과,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역전 상태가 10일 이상 지속되면 평균 311일 후에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
옐런 전 의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금리역전 현상이 경기침체의 전조인가”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아니다”라며 “과거와 달리 요즘 국채수익률 곡선은 매우 평평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역전이 일어나기 매우 쉬운 구조”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현상은 경기침체 신호라기보다는 연준이 어느 시점에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옐런 전 의장은 물론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는 점은 인정했다. “미국이 정말로 느린 성장을 겪고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은 3.1%였다. 연준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은 2.1%다. 그것도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다”면서도 “그러나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성장 둔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을 이끌었던 옐런 전 의장은 2015년 12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경기침체에 대비해 연준의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옐런 전 의장의 후임인 제롬 파월 의장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주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하고, 올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