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회장 등 KT 전ㆍ현직 임직원들의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검찰은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을 KT가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을 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 회사의 정치권 ‘쪼개기 후원’ 규명에도 뛰어든 것이어서 추이가 주목된다.
2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김유철 부장검사)는 최근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과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을 진정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KT 임원들이 정치권에 불법 제공한 후원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이른바 ‘2차 횡령’ 의혹의 사실관계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진정 사건과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지난 1월 경찰에서 넘겨받은 황 회장 등 전ㆍ현직 임직원 7명의 정치자금법 위반ㆍ업무상횡령 혐의 수사기록을 검토 중이다.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비자금 11억여 원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4억3790만 원을 19·20대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자 등 정치인 99명에게 후원금으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KT는 1인당 국회의원 후원 한도(500만 원)를 피하기 위해 임직원 29명을 동원했고 일부 직원은 가족이나 지인 명의까지 빌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KT가 제공한 불법 정치후원금에 대가성은 없었는지 등 경찰 수사결과를 재차 확인하고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의 보완 수사에서 추가 단서가 나올 경우 쪼개기 후원금 의혹이 채용비리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수사 과정에서 일부 의원실이 KT를 상대로 보좌진이나 지인 등의 취업을 요구해 실제로 채용이 이뤄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일단 정치인 불법후원 혐의만 검찰에 넘기고 취업청탁 의혹은 계속 수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폐지되고 특수수사과에 편입되는 등 직제개편이 이뤄져 수사에 큰 진전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쪼개기 후원금 사건을 송치할 당시 대가성이 뚜렷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업무상횡령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KT가 현안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제공하거나 지인을 채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뇌물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KT가 김성태 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의 가족이나 지인, 친인척을 부정채용했다는 의혹이 계속 쏟아지면서 대가성 여부 수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김성태 의원 딸을 부정하게 채용한 혐의(업무방해)로 전 KT 인재경영실장 전무 김모씨를 구속하고 취업청탁이 KT에 어떤 경로로 흘러 들어갔는지 추궁하고 있다.
김 의원 딸은 2011년 4월 KT 경영지원실 KT스포츠단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이듬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검찰은 2012년 공채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의원 딸이 첫 단계인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는데도 최종 합격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씨 재직 기간 KT가 김 의원의 딸 이외에도 여러 명의 응시자를 규정에 어긋나게 채용한 정황을 포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