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매파로 분류되는 윤면식 부총재와 이일형 추정 위원은 여전히 금융불균형을 강조하며 완화기조의 추가 조정 여부를 언급했다. 반면 기존 비둘기파인 조동철·신인석 추정 위원은 기조적 물가가 낮다는 점을 강조해 대조를 이뤘다.
19일 한은이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임지원·고승범 위원은 낮은 물가 오름세를 우려한 반면, 금융불균형은 다소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임 위원은 경제성장세까지 우려하고 나섰다.
우선 임지원 추정 위원은 “소비자물가는 오름세가 크게 둔화되었고 당분간 1%를 상당 폭 하회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며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은 다소 완화되고 있으나 이러한 흐름이 기조적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나라 수출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적으로도 민간부문의 고용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며 “국내경제의 잠재성장률 추정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승범 추정 위원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향후에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계부채는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및 가계부채대책 등 영향으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금융불균형 문제가 확실히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가격 및 가계부채 증가 추이를 당분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고 밝혔다.
전통 매파와 비둘기파 위원들은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우선 매파 위원들은 인플레가 낮아지긴 했지만 구조적·정책적 요인들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금융불균형을 강조했다.
윤면식 부총재 추정 위원은 “금년 및 내년 중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집단대출 및 전세자금 수요가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에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통화정책 완화기조 추가 조정 여부는 향후 입수되는 금융·경제지표들과 경제전망을 바탕으로 거시경제 및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변화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면서 신중하게 결정해 나가야 하겠다”고 밝혔다.
윤 추정 위원은 또 “저물가의 상당부분은 구조적 또는 공급측 요인이나 정부의 민생안정정책에 기인하고 있다. 통화정책의 일차적 관심인 경기적, 즉 수요 측 요인과는 어느 정도 구분되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일형 추정 위원 역시 “기조적 물가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내수압력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금융불균형과 관련해서는 누증속도는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는 여전히 크다. 점진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경제 역시 기존 전망에 부합한다고 봤다. 그는 “성장경로 상에는 확장적 재정정책 등 상방 리스크와 고용부진 등 하방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지만 대체로 기존 전망에 부합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비둘기파 위원들은 저물가와 함께 경제상황에 하방압력이 크다고 봤다. 우선 조동철 추정 위원은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지탱해왔던 반도체경기의 초호황이 조정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작년말부터 수출물량 증가세도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미 작년에 1%대 초반으로 하락한 상태며, 관리물가를 제외한 지수 상승률도 1%대 중반을 상회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의미 있게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인석 추정 위원도 “정부지출의 성장기여 효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경로에도 아직은 하방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적인 실물경기 환경을 감안하면 올해의 물가상승압력이 작년에 비해 높아질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한은) 조사국은 1월 전망에서 햐향 조정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의 물가 진행 상황은 수정 전망치의 하방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같은 기조적 물가 하락을 정부정책에 따른 관리물가로 돌렸다. 신 추정 위원은 “최근 물가흐름의 약화에는 거시경제적인 요인 이외에 관리물가의 정책적인 상승 억제도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 속도조절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승범 추정 위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등이 국제금융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했다”며 “향후 미국경기 움직임과 연준의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점검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