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 양치기로부터 배우는 리더십을 정리한 책인 케빈 리먼과 윌리엄 펜택이 지은 ‘양치기 리더십’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 책은 뛰어난 양치기가 양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관찰한 결과에 바탕을 두고 사람을 이끄는 원리와 실천법을 정리했다. 나온 지 꽤 되었지만 30쇄를 넘어서 정도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양치기가 양을 움직이는 것과 리더가 사람을 움직이는 것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다. 저자는 이를 7가지 주제로 삼아 쉽고 재미있는 책을 펴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리더십의 위기라 부를 정도로 혼란스럽다. 책을 열자마자 한 문장이 마음에 울림을 남긴다. “위대한 양치기에게 양떼를 이끄는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닌 삶의 일부다.” 이런 금언은 이 땅의 리더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훨씬 더 나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은 인터뷰하기 위해 자신을 찾은 한 젊은 기자를 상대로 뛰어난 최고경영자가 양치기 리더십을 설명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런데 그 경영자조차 오래전 경영대학원을 다닐 때 교수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이라 한다.
최고의 경영원칙은 다음의 7가지다. △양들의 상태를 파악하라. △양들의 됨됨이를 파악하라. △양들과 일체감을 갖도록 하라. △목장을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라. △방향을 가리키는 지팡이.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는 회초리. △양치기의 마음을 품어라.
“많은 리더가 일에만 너무 관심을 쏟고, 사람한테는 충분히 신경을 쓰지 않지. 마치 오늘 아침에 자네와 내가 양떼 주위를 걷고 있을 때 자네가 마음을 양떼에 두지 않고 행동했던 것처럼 말이야.” 양떼의 상태를 건성건성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양떼 한 마리 한 마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온 신경을 집중시킬 수 있어야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리더가 시중의 아우성을 마치 남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서는 처방 또한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항상 양들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라.” 어떤 점에 주목해서 양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좋을까. ‘SHAPE’라는 한 단어에 모든 것이 압축돼 있다. 강점(Strength), 가슴(Heart), 태도(Attitude), 성격(Personality), 경험들(Experiences)을 뜻하는 영어의 앞 글자를 모아서 만든 단어다. 저자는 “양들이 제대로 된 위치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양들의 됨됨이(SHAPE)를 파악하라를 늘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네발 짐승 중에 양이 제일 똑똑하지 않을진 몰라도, 자기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아차릴 능력이 있네.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면 양들은 본능적으로 발끝에 서서 살금살금 걸어 다니지, 불안감 때문이야.” 리더는 부하들의 아우성이 크지만 높아질 때면 문제가 폭발할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 왜냐하면 리더의 책무는 따르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불안감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리더들에게 “직장에서 안정감을 얻지 못하면 사람들은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급이나 연령 고하를 막론하고 일독할 만한 책이다.공병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