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믿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뭘 믿게 하느냐가 중요해.”
구명회(한석규 분)는 차기 도지사 후보로 주목받는 도의원이다. 어느 날, 아들이 뺑소니 사고에 휘말리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인다. 이때 구명회는 정공법을 택한다. 아들을 자수시키고, 감옥에 보낸다. 그러자 놀라운 상황이 발생한다. 구명회의 지지율은 치솟고, 청렴한 이미지가 붙으면서 도지사 당선이 유력해진다. 도민들은 구명회의 ‘청렴’을 숭배하게 된다.
반면, 에어컨 설치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던 유중식(설경구 분)은 뺑소니 사고로 가정이 파탄난다. 아들은 죽고, 며느리는 실종된다. 진실을 찾으려는 유중식은 당장 일을 그만둔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돈에 욕심부린다는 오해를 받을까, 아들 앞으로 든 모든 보험을 해지한다.
설상가상으로 구명회를 고소하기 위한 변호사 섭외 비용, 며느리를 찾기 위한 흥신소 비용 등 여기저기 돈 들어갈 곳이 천지다. 아들을 잃은 유중식에게 남겨진 것, 엄청난 ‘비용’이다.
이처럼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 중 하나가 재정적 손실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16년 교통사고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도로, 철도, 해운, 항공 등 교통 전 분야에서 115만900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4446명이 사망하고, 184만729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교통사고 피해를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면 40조5000억 원이고, 이는 우리나라 연간 GDP의 2.5%에 해당한다.
사상자의 의료비와 소득 손실, 물적 피해 비용 등과 같은 물리적 손실 비용은 21조6000억 원, 사상자의 정신적 고통 비용은 19조 원에 이른다. 교통사고 중에서도 피해가 막대한 것이 도로교통사고다. 타 교통수단에 비해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도로교통사고 비용만 40조2000억 원에 달한다. 해양사고 비용 2359억 원, 항공사고 비용 531억 원, 철도사고 비용 269억 원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도로교통사고 비용은 외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가 2.5%인 반면, 미국은 1.85%, 일본은 1.35%, 영국은 1.86%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교통사고에 대한 해법으로 각광받는 것이 자율주행차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주행 안전성 제고로 교통사고와 교통체증 감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주 차량관리 추적업체인 글로벌포지셔닝스페셜리스트스(Global Positioning Specialists)는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를 80% 예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미국 내 비영리단체인 이노운송센터는 미국 자동차 10%가 자율주행차로 바뀌면 해마다 21만 건의 사고를 줄이고, 1100명의 목숨을 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화폐적 가치로 환산하면 227억 달러(약 26조 원)에 해당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따르면 미국 내 치명적 교통사고의 40% 이상은 음주, 마약, 운전 부주의 등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의 도입이 운전자 과실 문제를 해결해 교통사고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신의 우상은 무엇입니까.”
영화가 144분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집요하게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영화 ‘우상’에서 구명회는 권력을, 유중식은 아들을, 최련화는 대한민국 국적을 우상으로 삼으며 우상을 좇아 달린다. 우상에 홀려 어리석은 선택을 한 이들이 맞이하는 파국은 개개인이 숭배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유중식은 교통사고로 인해 엄청난 재정적 손해를 입었다. 하지만 자신이 우상으로 삼았던 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쏟아 부었다. 이런 유중식의 숭배는 돈을 넘어선 부정(父情)으로 환생해 관객들의 마음을 애틋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