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력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당시 상황을 재연해보라’고 한 것은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 당시 상황의 재연을 요구한 것은 2차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검찰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 등에 따르면 ‘체조협회 임원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A씨의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사건과 관련해 검사가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 당시 상황을 재연하도록 경찰 수사를 지휘했다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 미수 피해 상황을 재연해 동영상을 촬영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를 했다”며 “피해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어 바지가 벗겨지는 상황을 재연하는 영상을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권위 조사 결과 1차 조사에서는 노골적인 재연을 요구하진 않았지만, 그 결과를 보고받은 검찰이 ‘이것만으로 정황을 알기 힘들다’는 의견을 내 2차 재연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수사기관이 확인 절차상 재연 등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나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피해자가 직접 재연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규정과 현장검증이 필요한 경우라도 피해자의 성적 불쾌감이나 굴욕감을 최소화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서울중앙지검장에게는 담당 검사에 대해 서면 경고하고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