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반도체 대장주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팔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익 전망치 역시 하향 조정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27일 이후 6거래일간 코스피 시장에서 5954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집중 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들은 SK하이닉스 2366억 원, 삼성전자 2075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면서, 이들 종목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시장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최근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30% 가까이 떨어졌다”며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는 가운데 재고는 증가하고 설비 가동률은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보는 반도체 업황 전망 역시 비슷하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며 “수요와 가격이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2분기에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석달 전 14조 원을 훌쩍 넘어섰던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0% 가까이 떨어진 8조6266억 원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3000억 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2월 PC DRAM과 서버 DRAM가격이 각각 31.3%, 26.7% 하락했다”면서 “이를 감안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도 하향 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계절적 수요가 돌아오는 2분기에는 반등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수요 회복으로 메모리 업체들의 재고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재고 감소폭이 어느 정도 되는지가 하반기 DRAM가격 하락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외국인들의 복귀 여부와 관련해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확신도 중요하지만 미·중 무역협상 결과 등 글로벌 이슈도 얽혀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