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WC서 동맹국 단속 나서
화웨이, 광고로 분위기 반전
“우리 없다면 럭비 없는 뉴질랜드”
“베를린, 5G 아닌 개똥만 늘어”
특화광고로 비호감·안보 우려 불식
유럽 이어 중동도 中 장비 채택
中 기술력 인정하며 속속 이탈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에서 화웨이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했다. MWC에 모인 10만 명이 넘는 통신업계 관계자들에게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하고자 대규모 대표단을 보낸 것이다.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에는 국무부와 국방부, 상무부 등의 고위 관리들이 대거 포함됐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가 중국 정부를 위해 외국 통신망에 백도어(우회통로)를 몰래 설치해 스파이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트럼프 정권은 동맹국들이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이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음에도 오히려 화웨이는 MWC에서 미국 동맹국과 새로운 거래를 성사시켰다. 화웨이는 아랍에미리트(UAE) 최대 이동통신사인 에티살라트에 5G 기지국 300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WSJ는 중동에서 가장 주요한 동맹국인 UAE가 미국에 등을 돌렸다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MWC의 주요 스폰서를 오랫동안 맡아왔으며 부스는 전시장 내에서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궈핑 화웨이 순번 회장은 MWC 개막에 앞서 바르셀로나의 고급 호텔에서 미국 언론들과 1시간 넘게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사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이미 미국은 유럽에서 화웨이 배제를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5G망 부설 프로젝트에 화웨이 참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울고 있다. 영국 정보 당국은 화웨이 장비를 쓰더라도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질랜드도 지난달 화웨이를 완전히 퇴출시킨 것은 아니라고 입장을 바꿨다.
화웨이 측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체결한 5G 관련 계약 30건 중 18건을 유럽이, 9건은 중동, 3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각각 차지하고 있다. 특히 화웨이가 최근 5G 계약을 체결한 곳 중 하나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국의 LG유플러스라고 WSJ는 지적했다.
또 화웨이는 뉴질랜드와 독일 등에서 잇따라 광고를 내보내 이미지 제고에 나섰다. 화웨이는 안보 우려를 직접적으로 완화시키기보다는 기술력을 뽐내 자사 제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지난달 신문 전면광고와 옥외 광고판 등을 이용해 대규모 광고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광고에서 화웨이는 뉴질랜드에서 매우 인기 있는 럭비 대표팀을 예로 들면서 “화웨이가 없는 5G는 뉴질랜가 없는 럭비와 같다”고 주장했다.
독일 수도 베를린의 테겔 국제공항에서는 지난해 말 화웨이 장비가 통신 속도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 광고판이 세워졌다. 이 광고의 캐치프레즈는 “베를린에서 앞으로 더 확산할 것은 5G인가 아니면 ‘개똥’인가”로 매우 도발적이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화웨이 광고가 베를린을 조롱했다고 발끈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화웨이는 이전에 주로 스마트폰의 지명도를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마케팅에 거액을 투자했다. 스칼렛 요한슨과 갤 가돗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를 기용한 광고를 내보내고 국제공항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더 나아가 화웨이는 최근 광고를 통해 자사에 대한 비호의적 시선에 정면으로 맞서려 한다. 럭비를 이용한 뉴질랜드 광고는 세계적 광고회사 오길비앤매더 홍콩 사무소에서 제작했다. 화웨이는 이 광고가 유럽에서의 축구, 인도의 크리켓 등 스포츠를 활용해 시장 확대를 꾀한다는 자사 마케팅 전략에 들어맞는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베를린의 ‘개똥’ 광고는 현지 광고업체를 고용해 처음으로 독일에 특화한 광고 캠페인을 펼친 것이다. 화웨이 본사에서 직접 직원을 파견해 해당 광고가 베를린에서 화제가 될 수 있을지 등을 조사했다. 이 직원은 광고 캠페인이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뉴질랜드와 독일 모두 최근 화웨이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