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북미정상회담은 27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베트남 하노이 시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시작됐다. 두 정상은 우선 통역을 대동한 채 1대 1로 약 20분간 회담하며 오후 7시부터는 친교 만찬을 함께 했다. 회담 이틀째인 28일에는 단독과 확대 정상회담을 거쳐 성과를 정리하는 ‘하노이선언’이 채택될 전망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북미 양측은 북한 영변에서의 핵무기용 물질 생산 중단과 미국의 남북 경제협력 재개를 위한 유엔의 일부 제재 완화 추진 등에 잠정 합의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한국전쟁 당시 사망한 미군 유해를 더 많이 송환하겠다는 약속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양측은 서로 대사관 기능을 수행하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며 한국전쟁 종식을 알리는 평화선언도 체결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2차 북미회담을 하기 전 트위터에서 김 위원장을 ‘내 친구’로 부르면서 ‘비핵화 결단’을 촉구했다. 그는 “베트남은 지구에서 얼마 안 되는 번영하는 곳”이라며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똑같이 매우 신속하게 그렇게 될 것이다. 잠재력은 굉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 친구’ 김정은에게 있어서 이는 역사상 거의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커다란 기회”라며 “우리는 조만간 이를 알게 될 것이다. 매우 흥미롭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보여준 2년 만의 극적인 관계 변화에 관심을 보이면서 이것이 2차 북미회담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짧고 뚱뚱하다’ ‘리틀 로켓맨’ 등 원색적인 단어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으로 이어진 역사적인 ‘데탕트(긴장 완화)’ 속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런 브로맨스가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에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일련의 변화는 트럼프와 최고 리더십 수준에서의 협의를 유지하는 노련한 협상가로서의 김정은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정보당국 수장들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24일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15개월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해 2차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회담에서 두 정상은 새 북미 관계 구축, 한반도 평화 구축과 북한 비핵화 등 원칙을 확인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으나 비핵화의 구체적 노력이 진행되지 않아 8개월간 북미 협상이 실질적으로 정체됐다.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데이비드 김 북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검증 가능한 구체적인 단계를 북한으로부터 얻어내야 하지만 하노이에서의 성공 여부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공은 북한이 얼마나 빨리 비핵화를 하느냐가 아니라 북한이 더는 정권 유지를 위해 무기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도록 얼마나 빨리 좋은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의해 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9명은 26일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해 2차 북미회담을 측면 지원했다. 결의안에는 트럼프 정부에 최종적인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등 북미 관계 개선에 애써왔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도 결의안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