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와 즉시연금 소송전은 모두 약관 한 줄을 놓고 시작됐다. 이렇듯 난해한 단어로 복잡하게 구성된 보험약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6일 보험협회와 학계, 시민단체와 함께 보험약관 개선 간담회를 열고 보험약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조직을 포함한 약관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보험사 사장을 지낸 저도 보험계약의 보험약관을 끝까지 읽어보지 못했다”며 “이는 보험은 비싸고 복잡하게 만들어 팔기만 된다는 영업 위주의 생각에서 기인한 것 아닌가”라고 보험업계를 질타했다.
보험약관 개선 방향은 ‘이해하기 쉽고 접근하기 쉬운 보험약관’으로 설정하고 TF 구성과 약관 접근성 강화로 설정했다. 최 위원장은 “일반 소비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약관을 만들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금융위와 금감원, 보험협회, 보험개발원, 소비자단체가 참여하는 ‘보험약관 제도개선 TF’를 운영하고 약관 작성 전 과정을 소비자 관점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또 ‘보험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한 보험약관 확인’ ‘소비자에 약관 중요성 강조’ ‘보험약관 개정 진행상황 모니터링’ 등을 강조했다.
시민단체 측 대표로 나선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이사는 “소비자 눈높이는 일반 성인이 아닌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며 “공제계약금액, 합계액 등 관련자는 알지만 소비자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모른다, 한자가 아닌 쉬운 용어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황 이사는 통일된 표준약관을 써야 하지만 일부 표준약관이 불명확한 점을 언급하면서 표준약관 정비와 관련 소비자 교육 필요성도 강조했다.
소비자원 황기두 금융보험팀장은 “보험약관에는 법학과 의료, 수리 관련 내용이 많고 한문도 어렵다”며 “젊은 층은 한문 세대가 아닌데 이를 유지해야하는지 고민”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문제 대부분은 약관의 모호성”이라며 “이를 정비해 소비자가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약관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