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진측에 십수개 안건 제안한 KCGI…현실화 가능성은?

입력 2019-02-13 14:54 수정 2019-02-13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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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KCGI 주주제안에 대해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할 것"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 2인 선임", "전자투표제 도입", "주주명부 열람", "지배구조위원회 설치", "항공우주사업부 분리 상장", "적자 호텔 투자 재검토 및 보유부지 매각" 등.

사모펀드 KCGI가 올 들어 한진그룹 측에 다양한 방식으로 제안한 요구사항들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KCGI가 한진 측에 제안한 다양한 안건 중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제안은 어떤 것인지, 한진 측이 어떤 안건을 책택할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감사 1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 2인 선임'은 KCGI가 지난달 31일 주주제안서를 통해 한진칼과 한진 주주총회에 상정해달라고 요청한 6개 안건 중 일부로 한진그룹은 13일 "향후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6개의 주주제안은 오는 3월 중순에 개최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에 따라 상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KCGI의 주주제안을 이사회에 상정, 법적인 절차에 따라 문제 여부를 살펴본 후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

다만 감사1인 선임에 대한 제안은 채택 가능성이 크지 않다. 자산 규모가 2조 원을 넘으면 감사 선임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3%룰'이 적용되지 않는데, 한진칼, 한진의 자산은 지난해 기준으로 2조 원(잠정)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한 한진그룹(33%)이 KCGI보다 유리하다.

이에 대해 KCGI는 "당초 독립된 감사 1인의 선임만을 제안할 계획이었다"면서 "하지만 회사가 지난해 인위적으로 자산규모를 2조 원 이상으로 늘려 독립적인 감사선임을 저지할 것으로 예상돼 경영진과 무관한 감사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사외이사 2인 선임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KCGI는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의 연임 반대를 주장하며 사내이사 1인 선임을 비롯해 이사 보수한도 승인, 감사 보수한도 승인 등을 제안한 상태다.

아울러 KCGI가 지난 7일 한진칼 및 한진 정기주주총회 및 이후 주총에 도입해달라고 요청한 전자투표제는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전자투표제는 2010년 5월부터 시행됐지만 기업이 자유롭게 채택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어 강제 사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진 측은 3월 중순께 예정돼 있는 주총 2주 전에 관련 안건을 상정하기 위해 2월 말 전후로 이사회를 열고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KCGI는 오는 18일까지 이사회 입장을 정리해 회신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 확정된 건은 '주주명부 열람' 한가지다. 앞서 KCGI는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법에 한진칼과 한진을 상대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을 신청했으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한진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주주명부를 공개할 방침이다.

다만, 지난달 21일 KCGI가 한진그룹 오너일가를 겨냥하며 발표한 '신뢰회복 5개년 계획'에 대해서는 항공에 대한 전문지식과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작성됐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된다.

특히 항공우주사업부의 분사 분리 검토안에 대해서는 업계 반발도 거세다. KCGI가 "분리 상장을 통해 신규 투자금을 확보한 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구축하려는 취지"라며 "해외에서 정비를 받는 국내 저가 항공사의 외화 지출을 줄이고 국내 신규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내용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항공우주사업부의 분사가 이뤄지면 4000명에 달하는 해당 정비인력이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이는 대한항공 전체 직원 2만명 중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로 40년간 국내에서 유일하게 정비는 물론 항공기 제작도 가능한 노하우를 한 순간에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부는 연구개발(R&D)을 위한 투자도 병행되고 있어 일시적인 실적 부진이 아닌 장기적인 먹거리와 경쟁력을 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한항공 노조 역시 "한진그룹 구조 개선안이 실행될 경우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르는 게 아니냐"며 강한 우려감을 제기하고 있다.

아울러 '유휴자산 매각 및 비 항공부문 사업 재검토' 요구에 대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현동 부지,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부지, 왕산마리나 부지 등은 지속적인 자산가치 상승 및 투자이익 회수 기대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호텔사업, 왕산마리나 사업 등은 그룹의 항공사업과 관광사업을 지원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LA윌셔그랜드호텔 등 오랜기간 투자 집행으로 수익이 나지 않았던 호텔들은 서서히 반등이 기대되고 있으며, 승객 할인 등의 프로모션, 승무원 숙박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복잡다단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산업으로 인력은 물론 조직∙제도∙장비∙시스템 등 모든 부문이 중요하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항공산업에 대한 전문성이 우선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강성부 대표가 설립한 KCGI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로 강성부 펀드로도 불린다. KCGI는 지난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 10.81%과 한진 지분 8.03%를 확보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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