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관계자는 12일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관련 경영상 손실이 크다”며 “향후 (조 회장이 아닌) 전문경영인 선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2013년 한진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조 회장은 3년 뒤인 2016년 한진중공업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바 있다.
최근 한진중공업 필리핀 수빅조선소 회생절차 신청이 채권단의 움직임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수빅조선소는 한진중공업이 원가 경쟁력 제고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리핀 수빅에 건립한 해외 조선소다. 이 조선소는 지난달 중순 필리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건설에 1조5000억 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주 감소와 선가 하락 등 조선 업황 악화로 경영난이 지속됐고, 수빅조선소에서 만든 선박에 대한 인도가 늦어지며 손실이 늘어났다. 수빅조선소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9375억 원의 부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 회생신청에 따라 4억 달러(약 45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떠안게 됐다. 수빅조선소가 현지 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를 갚지 못했고, 한진중공업이 이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현지 은행과 채무 재조정에 대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빅조선소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지 은행이 산업은행의 요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다룰 것으로 보이는 이 회사의 정기주주총회는 다음 달 말로 예정돼 있다. 유동성 악화가 계속되는 가운데 채권단의 경영진 교체 압박이 시작되면 조 회장은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 회장의 임기는 다음 달 28일 만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