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남 고대부동산경제포럼(KARA) 주택시장연구소장은 부동산 전문가 중에서도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산업은행을 뛰쳐나와 부동산 컨설턴트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주용남 소장은 1년의 고민을 거쳐 산은을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소장은 “조직의 외피를 두르고 있을 때는 누구나 멋질 수 있지만 개인으로서 내가 경쟁력 있을지는 의구심이 들었다”며 “이런 고민에서 방향성을 고민했고, ‘주용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갈증이 어려운 길을 가게 했다”고 말했다.
산은에서 기업·국제금융 업무를 맡아오며 과장까지 오른 그는 개인적으로 투자한 부동산으로 당시 연봉의 몇 배를 벌게 된다. 이 시기가 부동산과 ‘자기 자신’에 눈을 뜬 순간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이후 산은을 나온 그는 금융 전문성을 살려 분양업계서 자산관리, 시행사 사업의 타당성 검토 등 부동산 실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자산가들을 상대로 부동산 투자를 컨설팅하고, 여러 경제 방송에 출연해 투자 강연을 선보이고 있다.
주 소장은 금융인 출신답게 숫자로 시장을 진단하는 데 익숙하다. 그는 “거액의 자산이 투입되는 만큼 부동산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며 “때문에 일시적인 왜곡에도 마음이 휘둘리는 경향이 있는데 숫자와 지표가 투자 판단의 기준이면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주 소장이 보기엔 최근 서울 약세장도 장기적인 상승 곡선에서 잠시 쉬어가는 구간이다. 부동산은 장기적인 추세로 봐야한다고 운을 띄운 그는 “10년 주기설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올해부터 쭉 하락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10년 전은 금융위기 때문에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사실 건축순환에 따른 17년 주기인 ‘한센 주기’가 시장 상황을 더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한센 주기’란 주택가격 등락이 주택설비투자와 연결돼 17~18년 주기를 보인다는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시장 고점이 1991년에서 2008년을 거쳐 2025년에 다시 도래하는 셈이다.
결국 정부의 규제가 2025년으로 가는 장기적인 상승장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그는 진단한다. 대출 억제 등 수요를 인위적으로 틀어막은 상황이 실수요자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돌아가고, 결국 또 다른 급등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 소장은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억눌린 수요는 부글부글 끓다가 임계점에 이르러 폭발할 수 있는데 이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에도 나타난 모습이다”며 “현재 강남에 급매물로 나온 고가 주택을 사는 매수자들은 매도자보다 더 한 자산가”라고 말했다. 즉, 올해는 자산가들이 ‘이삭’ 줍고 돈 버는 시기라는 것이다. 주 소장은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이 소화되는 시점에 따라 이르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서울이 다시 상승 전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판단은 다양한 지표와 더불어 여전히 풍부한 시장 유동성에 기댄다. 주 소장은 “컨설팅 고객 중에서 자식을 위해 서울의 80억 원짜리 빌딩을 2016년에 샀던 분이 계신데, 이후 자식이 속 썩여서 안 되겠다며 빌딩을 팔아 20억 원 시세차익을 봤다”며 “이처럼 감정적인 이유로 자산을 처분할 만한 거액 자산가가 시장에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최근 그는 고대부동산경제포럼에 열정을 쏟고 있다. 고려대 동문의 부동산 학술모임으로 출발한 이 단체는 부동산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리법인으로 발돋움할 예정이다. 고객이 의뢰하면 부지 개발의 사업성을 검토해 실제 시공으로 연결하고, 빌딩 임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회계사·변호사·부동산금융인 등 인력 네트워크를 갖춘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