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중국 설)’ 소비도 크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무부는 4일부터 10일까지 춘제 기간 중 중국 소매업체와 음식점 매출이 1조50억 위안(약 166조6491억 원)으로 전년보다 8.5% 늘어났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춘제 소비 증가율이 두 자릿수가 붕괴된 것은 해당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춘제는 중국에서 국경절과 함께 연중 최대 소비 대목으로 꼽힌다. 이때는 귀성이나 여행 등으로 많은 사람이 이동하고 선물용으로도 많은 제품을 산다. 특히 춘제 소비액은 한 해 경제 상황을 전망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올해 춘제 기간에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의 거래액이 전년보다 42% 급증하는 등 인터넷 쇼핑이 소비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쇼핑몰 판매가 저조해 전체 소비의 발목을 잡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무역전쟁 역풍에 주가가 하락하고 부동산 가격 오름세도 주춤했다. 여기다 제조업 공장이 몰려 있는 동부 해안가 지역에서 많은 기업이 감원을 단행, 악재들이 맞물리며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인에게 가장 친밀한 엔터테인먼트로 자리 잡은 영화 산업도 주춤했다. 중국 언론들은 올해 춘제 박스오피스 수입이 60억 위안을 넘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실제 수입은 지난해 수준인 58억 위안 정도에 그쳤다.
상하이 디즈니랜드 등 일부 인기 관광지는 인파로 북적였다. 다만 춘제 기간 중국 내 여행객은 전년보다 7% 늘어난 4억1500만 명으로, 2018년 증가율 12%에 비해 성장은 둔화했다.
반면 해외로 나간 관광객은 700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해외에서의 소비는 이날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신문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의 1인당 소비액이 2015년을 정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며 중국 관광객들이 예전처럼 뜨거운 쇼핑 열기를 나타내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국인의 여행 주목적이 쇼핑에서 관광지 순례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