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수가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과하게 가격이 낮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반면 업계 전문가들은 오히려 비싸다는 의견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지분 55.7%(약 2조 원 규모)에 대한 인수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종가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가치는 2조1000억 원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산은이 보유한 대우조선 주식을 현대중공업지주의 주식과 맞바꾸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중공업의 부담도 줄어든다. 물론 현대중공업의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유동자산은 17조5000억 원에 달하며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2조7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헐 값에 팔리는 거 아니냐"고 우려감을 내비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조~7조 원에 달하던 매각가가 3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수준에서 언급되고 있다는 것.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과거 매각가가 7조 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해 경영권 프리미엄이 제외된 상황, 어려운 회사 재무 사정 등을 감안하더라도 2조 원 대는 너무 저렴한 가격"이라며 "최근 조선 경기가 살아나고 2017년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상황임에도 주가로만 평가한 금액이 매각가로 거론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하소연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2000년 대우조선해양 품은지 10년 만인 2008년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 매각가격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며 보수적으로 봐도 6조~8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향후 대우조선해양이 매년 6000억~70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창출한다고 볼 때 5년 간 최소 3조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다만 2008년 3월에는 지분매각을 결정하고 10월에 한화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불발됐다. 한화그룹이 써냈던 인수금액은 6조3000억 원이었다. 불과 4년 전인 2015년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실사를 진행할 당시에도 예상 매각가는 6조 원대였다.
반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매각가 2조원 대도 저렴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영구채 인식 방법에 따른 밸류에이션 논란이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자본 총계는 3조6000억 원이며, 이 중에서 영구채(신종자본증권)는 2조3000억 원으로 무려 63.5%를 차지한다"면서 "영구채를 전량 부채로 볼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PBR 2.9 배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인수 주체인 현대중공업이 약 2 조 원에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인수하는 것이 비싸다는 논리가 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