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는 24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어 전날 카를로스 곤의 사임을 받아 장 도미니크 세나르를 회장, 티에리 볼로레를 최고경영자(CEO)로 각각 임명했다.
한때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 미쓰비시자동차 등 3사의 톱을 맡았던 곤 전 회장은 일본의 감옥 속에서 쓸쓸히 이 소식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런 충격적인 몰락에 대해 일본은 보수를 과소 기재하고 자신의 투자 손실을 회사에 떠넘긴 곤의 부정행위에 따른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언론들은 곤 전 회장이 아직도 감옥에 있는 것에 대해 닛산을 살린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背恩忘德)’이자 합병을 꺼린 일본 경영자들의 ‘내부 쿠데타’라고 보고 있다.
곤이 일본 검찰의 주장대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곤보다 더한 사고를 쳤던 일본 경영자들에 대한 처분을 살펴보면 배은망덕이라는 의견에 좀 더 무게가 쏠린다.
도시바는 2015년 분식회계 스캔들이 터졌지만 회사에 수조 원의 피해를 입힌 경영자들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은 없다. 도쿄전력은 2011년 미증유의 후쿠시마 방사능 원전 유출 사태를 일으켰지만 관리 부실 책임이 있던 당시 회장 등 임원들은 한때 검찰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경영인들에 대해 솜방망이였던 일본 검찰과 법원이 곤 전 회장에게만 유난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은 외국인을 ‘가이진(外人)’으로 부르며 경멸하고 경계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곤의 구속에 대해서도 같은 선상에서 보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곤이 몰락하기 전에 “닛산이 이미 르노를 매출이나 수익성에서 뛰어넘은 지 오래인데 감히 양사를 합병하려 한다”고 반발하는 분위기가 닛산 내부에 팽배했다.
아무리 그래도 곤을 이런 식으로 버리면 이후 외국인 인재들이 일본에서 활약하려 할까. 일본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 임원들도 곤 사례를 보고 자신의 살길을 미리 찾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