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하나은행 필리핀 마닐라 지점에서 ‘다수의 은행 거래(transaction)’ 보고 누락 건이 발견됐다. 현지 금융당국은 정기 감사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조사를 병행했다. ‘글로벌 금융그룹’을 향한 하나금융의 행보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마닐라 지점은 이달 7일부터 24일까지 필리핀중앙은행(BSP)의 감사를 받았다. 앞서 현지 지점은 필리핀 자금세탁방지위원회(AMLC)에 보고해야 하는 은행 거래 건이 일부 누락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
AMLC는 현지에 진출한 외국 은행에 해외 송금, 무역 대금 거래 등 모든 입출금과 관련된 은행 거래를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통 타 국가에서는 고액 현금거래 보고(CTR·Currency Transaction Report) 등 이상 거래만 당국에 통보토록 하지만 필리핀의 경우 은행에서 일어나는 모든 거래를 보고하도록 했다.
해당 마닐라 지점은 거래 보고 누락 건으로 이미 한 차례 현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전산 시스템에 따라 자동으로 보고하는 방식이었으나, 전산 통합 이후 문제가 발생해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약 4개월 동안 거래 정보가 제때 보고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하나은행 글로벌 부문 관계자는 “이전부터 필리핀 지점에서 해당 보고 누락 건이 발생해 전 해외 지점을 대상으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전산 통합 이후 누락 건이 추가로 발견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KEB하나은행 통합 이후 전산을 합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외환은행은 1995년 6월 필리핀 마닐라에 지점을 개설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4월 외환은행 마닐라 지점과 전산을 통합했는데, 이 과정에서 거래 보고 건이 누락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은행 본점은 전산 통합 이후인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4개월 동안 거래 정보가 제때 보고되지 않은 사실을 뒤늦게 알아챘다. 이후 AMLC에 사후 신고를 했다.
마닐라 지점은 통상 한 달에 해외 송금 7000건을 다룬다. BSP는 법규 위반 시 건당 과태료를 책정하기 때문에 과태료만 약 7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는 단순 전산 사고지만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 외환시장이 폐쇄적인 만큼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
외국환 서비스를 비롯한 글로벌 사업은 KEB하나은행의 핵심 사업이다. 하나은행은 내년 초까지 146개 해외 네트워크 간 차세대 시스템 사업 구축을 목표로 글로벌 네트워크 견고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하나은행 측은 이와 관련해 “BSP 감사는 정기 감사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