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와 한미약품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한미약품으로부터 사들인 BTK 억제제(LY3337641/HM71224)의 권리를 반환했다.
릴리는 2015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HM71224의 개발과 상업화에 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계약금 5300만 달러를 포함해 최대 7억6500만 달러(약 8660억 원)를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한미약품과 체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 대상 임상 2상 중간분석 결과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자 임상을 중단했다.
이후 릴리는 HM71224의 다른 적응증 개발을 추진했지만 임상 자료 및 BTK억제제 시장에 대한 검토 끝에 해당 권리를 한미약품으로 반환하기로 했다. 한미약품은 모든 임상 및 개발 관련 자료의 소유권을 90일 이내에 릴리로부터 되돌려받아 다른 적응증을 개발할 방안을 독자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신약의 기술수출 계약이 깨진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베링거인겔하임에 내성표적 항암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를 7억3000만 달러에 이전했지만, 이듬해 9월 계약이 파기됐다. 이어 중국 파트너사 자이랩도 올리타 권리를 반환하면서 한미약품은 결국 지난해 4월 올리타 개발을 중단했다.
5조 원대 초대형 기술수출 ‘퀀텀 프로젝트’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6년 12월 사노피는 한미약품으로부터 넘겨받은 3개 신약 후보물질 중 지속형 인슐린 개발 권리를 반환한다고 선언했다.
잇따라 계약 해지 소식이 전해지면서 K바이오 선두주자인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도 시험대에 올랐다. 권 대표는 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최대 3년 안에 글로벌 신약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한미약품은 비만·당뇨, 항암, 면역질환, 희귀질환 등 27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사노피와 얀센에 각각 기술 이전된 ‘에페글레나타이드(당뇨)’의 임상 3상과 ‘HM12525A(비만·당뇨)’의 임상 2상도 순조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비만 치료제 ‘HM15136’과 미충족 수요가 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는 4분기 중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신약 개발은 실패에 굴하지 않는 도전 끝에 이룰 수 있다”면서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개발하고 있는 신약의 상용화는 물론 독자적으로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