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연속적자…경영불신 고조
자본잠식에 유동성 위기 첩첩산중
임원 인사·파견 늘리며 견제 나서
◇유동성 위기, 적자행진에 글로벌 경기침체까지… ‘설상가상’ 현대상선 = 현대상선이 채권단에 구조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산은은 현대상선과 ‘회사채차환발행을 위한 특별약정’을 체결했다. 채권단은 2014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약정’에 이어 2016년 ‘자율협약’을 맺고 현대상선의 경영개선 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은 그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항만터미널과 벌크전용선사업부, LNG사업부 등 알짜 사업부문을 매각해왔다.
하지만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지난해 3분기(7~9월) 현대상선의 영업손익은 123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2015년 2분기 이후 14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유동성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상선의 유동부채는 1조592억 원으로 유동자산 9509억 원을 1000억 원가량 웃돈다. 다시 말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 1000억 원 더 많은 상황이다.
자본잠식도 진행 중이다. 같은 시점 현대상선의 자본금은 1조5683억 원인 데 비해, 자본총계는 3366억 원에 그친다. 단순 계산하면 자본잠식률은 78.5%에 달한다. 부분잠식 상태다. 쉽게 말해 영업 손실을 회사가 보유한 자본금으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해운업계 전망도 좋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올해부터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글로벌 경기 악화는 물동량 감소로 이어지고, 해운산업 전반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은, 현대상선 경영정상화 고삐… “계열사 추가 매각은 없다” = 이런 상황에서 산은은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안이한 현대상선 임직원은 즉시 퇴출하는 등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업계에서는 유창근 사장의 교체설까지 돌았다. 이번에 자문기구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유 사장에 대한 불신이 작용한 결과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유창근 사장에 대한 압박을 점점 더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은은 지난해 말 ‘경쟁력 제고방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한 뒤 현대상선 경영정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산은은 현대상선에 한진해운 출신 등 외부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메기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직원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고, 임원급은 조만간 현대상선 인사와 함께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부 파견 인력도 늘리고 있다. 기존 산은에서 현대상선 본사에 파견한 5명에 더해 최근 해양진흥공사에서 1명을 추가로 파견했다. 이들은 하나의 팀을 이뤄 현대상선을 관리하고 있다. 해진공은 추가 파견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카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현대상선의 계열사는 28곳이다. 그중 5곳은 영업적자 상태다. 특히 한진해운으로부터 인수한 현대상선퍼시픽의 순손익은 175억 원 적자다. 자산은 239억 원인데 비해 부채는 3645억 원에 달한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남아있는 계열사들은 현대상선 업황이 개선되면 동시에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며 “계열사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