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유엔은 지난해 11월 컨설팅회사 딜로이트에 의뢰해 유엔과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3만36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33%가 지난 2년간 최소 1회 이상의 성희롱을 경험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17%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21.7%는 성적인 이야기나 불쾌한 농담을 겪었고 14.2%는 외모나 신체, 성행위에 대한 불쾌한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성적인 대화에 자신들을 끌어들이려는 시도(13%)나 성적인 느낌의 불쾌한 몸짓(10.9%)을 경험했다는 답변도 있었다. 10.1%는 실제로 불쾌한 신체 접촉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러한 성희롱이 사무 공간에서 일어났다고 답변했다. 일과 관련된 사교 행사에서 벌어졌다는 답변도 17.1%로 대부분 성희롱이 직무 관련 공간에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희롱을 한 사람 3명 중 2명은 남성이었으며 상사나 관리자 비율은 25% 수준이었다. 가해자가 직장 동료라고 응답한 비율도 절반에 달해 성희롱 문화가 문제의식 없이 고착화돼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AFP통신은 유엔이 성희롱과 관련한 내부 조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조사는 유엔을 성희롱 없는 일터로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하는 통계와 증언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성희롱에 대한 무관용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이 저지른 성적 학대 문제는 물론이고 내부 직원들의 성희롱 관련 진정이 끊이지 않으면서 내외부의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월 유엔 조직 전반에 성희롱과 성폭행에 관해서는 ‘침묵의 문화’가 존재한다며 전·현직 근무자들의 피해 사례를 고발하기도 했다.
유엔은 지난해 2월부터 직원들을 위한 24시간 성희롱 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