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금감원은 공청회 계획을 접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국회 논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공공기관 노동 이사제 도입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냈다. 그러나 아직 국회 소위원회도 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회 반대도 많아 공공기관 도입 추이를 보고 하려고 일단 미뤄뒀다”며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려는 방안으로 생각했는데 비판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윤 원장은 3월 금융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이사제 도입을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렸다. 지지부진한 국회 논의를 무작정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전력공사, 코스콤 등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도 달라졌다.
국민연금공단 노사도 노동이사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공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중소기업은행(8.15%) 등 공공기관은 물론 KB금융지주(9.62%), BNK금융지주(9.60%), 우리은행(9.29%) 등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 5% 이상이면 이사회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국민연금이 지분을 가진 KB국민은행 노조는 이미 사외이사를 추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KB금융지주의 경우 2017년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대표 사외이사 선임 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는 노조 추천 인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선출에 반대했으나, 올해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19년 만에 파업에 이르는 등 격화된 국민은행 노사 갈등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본부의 일을 기금 투자 기업과 연결하긴 어렵다”며 “사전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DGB금융지주도 지난해 노동이사제 도입을 검토한 바 있다.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차원이다. 당시 김태오 회장은 이투데이에 “사외이사 선출 구조가 투명하지 않다 보니 CEO 견제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스스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 있다면 도의적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연금 외에도 건너야 할 장애물은 많다. 현재로서는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어 소액주주를 설득해 의결정족수(25%)를 채워야 한다. 2017년 KB금융 임시 주주총회 당시 국민연금의 찬성에도 70% 넘는 외국인 주주들이 기권·무효표를 던져 노동이사제 도입이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