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기축통화’ 달러 지배력에 도전…유로 키운다

입력 2018-12-0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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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상품 등 전략적 부문에서 유로 사용 확대…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유럽 기업 압박이 계기

▲1유로짜리 동전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유로짜리 동전들이 줄지어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달러 지배력에 맞서 세계 금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를 이용해 유럽에 행사하는 정치·경제적 지배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다.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EC)는 에너지와 상품, 항공제조 등 전략적인 부문에서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배력에 맞서 유로 사용을 확대하는 한편 ‘국제적인 역할’을 향상하는 대책을 세우기로 했다.

EC는 5일 상세한 내용을 담은 청사진을 발표한다. 에너지 무역 계약을 하나의 화폐로 매기고, EU 국가끼리 연결된 플랫폼에서 유로 금융 거래를 하도록 유도하는 EU 지불시스템 개발을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EU의 에너지 수입액의 80%가 미국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고 지불되고 있는데 이를 유로를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주요 목표다. EU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에너지 수입국으로 연간 수입액이 평균 3000억 유로(약 378조 원)에 달한다. 달러가 아닌 유로로 거래하면 그만큼 EU의 달러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 수 있다.

EC가 FT에 공개한 계획 초안에 따르면 EU 측은 “거버넌스와 무역의 바탕이 되는 국제질서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들이 EU가 경제적, 정치적 주권을 증대하도록 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주변국에 대한 동참 압박도 EU가 유로 강화에 나선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해, 제재가 본격 시작된 이후 이란과 석유를 거래하는 유럽 기업을 제재하겠다고 한 것이 EU에는 일종의 ‘경종’으로 작용한 셈이다.

▲유로·달러 환율 추이. 3일(현지시간) 1.1333달러. 출처 블룸버그
▲유로·달러 환율 추이. 3일(현지시간) 1.1333달러. 출처 블룸버그
블룸버통신은 EC가 “제3국의 행동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중단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EU는 미국의 이란 제재를 우회할 방법으로 프랑스가 주도하는 ‘특수목적법인(SPV)’ 합작에 힘써왔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 압박이 이어지자 일부 정부가 주저하기 시작했다. 이에 EU는 근본적인 자율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과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규정한 2015년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지난 8월 1단계 대이란 제재를 복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란산 원유, 석유화학 제품 거래를 제한하는 2단계 제재를 재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에 대해서도 일정 유예 기간을 거쳐 제재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EC의 청사진에는 파생상품 거래를 할 때 유로화 증권의 현금화가 쉬운 청산소를 통하도록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EU의 메커니즘’을 장려하고 국제 지불통화로 유로를 사용하고자 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들어있다.

이러한 계획은 이달 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담에서 논의된다. 다만 이 자리에서 정상들은 유로 사용 촉진보다 세계 경제에서 블록의 ‘정치·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강달러에 유로·달러 환율은 올들어 지금까지 5.4%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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