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는 현재 유럽의 철강 수입 속도가 2015년 전 유럽을 공급 과잉의 늪에서 허덕이게 만들었던 중국의 수출 공세를 웃돌 기세라고 지적했다. 올해 위기는 EU가 내놓은 대응책과 중국 제철소 여러 곳의 폐쇄로 수입이 둔화할 때까지 계속됐다. 세계 각국은 EU 쿼터 한도에 도달하기 전에 앞 다퉈 철강을 수출해 가격 하락을 초래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인 핀란드 오토쿰푸의 롤랜드 바안 최고경영자(CEO)는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던 글로벌 철강시장이 미국 관세라는 하나의 행동으로 붕괴했다”며 “유럽 철강업계는 최근 2~3년간 수익성을 회복하는 중이었지만 이제 이전보다 더 상황이 악화할 위험에 처했다”고 한탄했다.
이런 상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 격화가 초래한 세계적인 연쇄 반응을 보여준다고 WSJ는 풀이했다. 군사적으로나 무역 방면에서 미국의 동맹인 EU는 값싼 수입품 공세에 취약한 상황이다. 역내 수요 증가와 비용 증대, 낮아지는 무역장벽 등이 그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승용차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경고하고 있다.
반면 터키와 러시아, 베트남은 승자가 됐다. 올 들어 9월까지 러시아의 대EU 철강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0% 급증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의 EU 수출은 144%나 늘었다. 터키는 증가율이 61%에 달해 대EU 최대 철강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터키 리라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올해 28%나 하락하면서 철강 수출 가격이 저렴해진 것이 주원인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영국 철강업체 오리지널스틸서비시스는 최근 수년간 특정 고객에 대해 철강제품 공급량이 연 3000~4000t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값싼 터키 제품에 밀려 400t으로 급감했다.
관세 부과로 올해 1~10월 미국의 철강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지만 EU는 10% 이상으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유럽철강협회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