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작년 10월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일본 롯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계열사 흡수합병 등을 통해 92개 한국 롯데 계열사 가운데 유통, 식품, 금융, 화학 부문 62개사를 거느린 지주사로 거듭났다.
신 회장은 지난달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해왔다. 같은 달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지분 23.2%를 확보했다. 이어 22일 발행주식의 10%에 달하는 1165만7000주 자기주식도 소각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다.
목표는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출범 전까지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의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해 실질적으로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현재 호텔롯데의 지분은 일본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 97.2%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일본 주주의 지분을 크게 희석시켜 신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게 된다.
하지만 이에 앞서 내년 10월까지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93.8%, 25.64% 보유한 주요 주주다. 롯데손해보험은 호텔롯데가 23.7%를 갖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 계열사 매각 대금으로 우선 롯데케미칼 매입 대금을 치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에는 호텔롯데의 투자 부문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롯데지주는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호텔롯데(410만1467주)와 롯데물산(386만3734주)이 보유 중인 롯데케미칼 주식을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약 2조2274억 원이다. 롯데지주는 인수자금 전액을 금융권 단기 차입으로 마련했다. 같은 달 롯데지주는 기업어음 5000억 원, 단기차임금 1조8500억 원 등 총 2조3500억 원의 차입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상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카드 등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마련된 자금은 최근 롯데케미칼 인수 때 생긴 차입금을 해결하는 데 우선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카드와 보험업 등의 업황이 좋지 못한 까닭이다. 당초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맞교환하는 방식에서 외부 매각으로 방향을 돌린 이유기도 하다. 카드사의 경우 그룹 핵심인 유통 분야에서 소비자 트렌드 파악에 필수적이지만 포기를 택했다.
업계 5위권으로 평가받는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995억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7.2% 늘었다. 순이익은 148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2014년 2000억 원을 넘던 영업이익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미친다. 여기에 전날 금융위원회의 카드수수료 인하 방침에 따라 영업 환경도 불리해졌다. 롯데손해보험은 시장점유율 3%대로 규모가 작은 데다 롯데 계열사에 영업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롯데캐피탈은 현재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가 정해놓은 금융계열사 매각 시한이 내년 10월인 만큼 조만간 매각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를 정점으로 한 뉴롯데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면서 “금융 계열사 매각 후 남은 것은 호텔 롯데 상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