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이 연말마다 자본잠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무상감자와 출자전환 등을 통해 상장폐지 위기를 넘겨왔지만 올해는 산업은행이 출자전환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부제철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6억3000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95% 하락했다. 3분기 누적으로 보면 적자상태로, 당기순손실도 301억 원에 달한다.
극심한 실적 부진보다 더 큰 문제는 자본잠식이다. 3분기 동부제철의 자본잠식률은 69.92%다. 이대로라면 관리종목(50% 이상)에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증권 상장기업은 2년 연속 관리종목에 들어가거나 완전 자본잠식을 기록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3분기 70% 수준인 만큼 올해 완전 자본잠식의 가능성까지 있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동부제철은 여러 차례 상장폐지 위기를 넘겨왔다. 당장 지난해만 하더라도 3분기 자본잠식률이 59.46%였다. 다만 이후 2대 1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1808억 원에서 1253억 원으로 낮춰 자본잠식 부담을 줄였고, 3자배정 유상증자와 채권단의 2000억 원 규모 출자전환을 통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해 동부제철의 최종 자본잠식률은 8.43%에 그쳤다.
2015년에도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이미 2014년 85%의 자본잠식률로 관리종목이던 동부제철은 2015년 3분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때도 채권단의 2000억 원 출자전환을 통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매각에 나섰지만 국내외 철강 시장의 침체로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나오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11월 동부제철은 DB금융투자 지분 345만 주(8.13%)를 전량 처분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전기로 매각이 실패하며 애를 먹었다. 연 300만 톤 규모의 당진공장 전기로는 당시 이란 업체와의 협상 결렬로 현재까지 그대로 남아있다. 4월 동부제철 측은 “대상 업체와의 매각협상 결렬 이후 아직까지 추가 진행 사항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엔 산소·질소 공급업체 ‘에어리퀴드코리아’에 488억 원과 지연 이자, 소송비용의 85% 등을 지급하라는 국제 중재기관 LCC의 배상 판결이 나오는 등 대내외 악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그동안 동부제철의 상장폐지를 막는데 산은의 역할이 컸지만 올해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기 때문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출자전환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안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종적인 자본잠식률이 기록될 사업보고서의 마감 시한은 내년 3월 말로, 적자전환과 완전 자본잠식의 위기 속에 동부제철이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