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곧바로 고속도로 검토에 나섰습니다. 물론 첫 삽을 뜨기 전부터 거센 반대가 쏟아졌습니다. “차도 없는 나라에서 무슨 고속도로냐”는 것이었지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196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자동차 보급 대수는 겨우 1만 대 수준이었습니다. “차라리 비료공장을 수십 개 더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았던 것도 이런 이유였지요.
여론의 반대에도 경부고속도로는 1970년 8월 공사를 마쳤습니다. 준공 후에도 ‘예산 낭비’라는 비난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매끈한 고속도로가 뚫렸지만 정작 그 도로를 달리는 차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반세기가 지났습니다. 1만여 대에 머물렀던 자동차 보급 대수는 올해 2300만 대가 됐습니다. 물론 경부고속도로 역시 이미 오래전 ‘포화 상태’가 됐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우리는 또 한번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양산에 나선 ‘수소연료전지차(수소전기차)’ 이야기입니다.
수소전기차 판매의 걸림돌은 역시나 충전소 부족입니다. 당장 서울만 해도 민간 개방 충전소는 2곳뿐입니다. 심지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타는 수소전기차 ‘넥쏘’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한 번 충전하려면 세종시에서 충남 홍성 내포신도시까지 왕복 150㎞를 달려야 합니다. 사정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시는지요.
이렇게 충전소가 모자라니 수요가 적고, 생산 역시 그에 맞출 수밖에 없어 소량에 머물러 있습니다. 정부는 “수소전기차가 먼저 보급돼야 적극적으로 충전소 설치를 지원한다”는 입장입니다. 분위기를 봐서는 반세기 전,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처럼 과감한 결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는 전자와 자동차, 조선업으로 먹고살았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50년도 같은 먹거리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새로운 시도에 나서야 하고 그 중심에 수소 산업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 정치는 분명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미래를 내다본 몇몇 판단만큼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1960년대 경부고속도로의 건설이 대한민국 산업화에 적지 않은 자양분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경부고속도로는 당시 유일하게 태국 고속도로를 건설해 봤던 고(故) 정주영 회장의 현대건설이 맡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 도로 위에서 정 회장의 후손이 개발한 첨단 수소전기차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오래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juni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