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백화점 공식 SNS 계정에는 “오후 3시 못생김 주의보 발령”, “흐트러짐 없는 오피스 라이프를 위한 당신의 워크메틱(work(일)+Cosmetic(화장품)의 합성어) 아이템은 무엇인가요?”라는 문구와 함께 각종 화장품 추천 아이템을 소개하는 내용의 마케팅 광고가 게재됐다. 이를 접한 일부 네티즌들은 “여성 근로자에게만 차별적으로 복장 단정, 용모 단정을 강요하지 말라고 문제 제기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이게 대체 뭔가요”, ‘게으른 마케팅의 표본’ 등의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광고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현대백화점 측은 광고 문구를 “건조한 가을, 사무실에서도 촉촉함과 뽀송함을 지켜줄 워크메틱 아이템을 소개합니다”로 바꾸는 한편 “사려 깊지 못한 표현으로 불편함을 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리며 앞으로 더욱 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여성 근로자들에게만 요구돼 반발을 사고 있는 이른바 ‘꾸밈 노동’은 최근 사회적인 이슈로 떠올랐다. 샤넬코리아 유한회사의 전국 백화점 매장직원 334명은 사측을 상대로 임금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규정된 근무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몸단장을 하는 ‘꾸밈노동(그루밍)’ 시간에 대한 추가수당 지급을 요청한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가 꾸밈 행위의 필요성을 느껴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분위기 혹은 강압적인 회사 정책 때문에 꾸밈 행위를 하는 것은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해외 기업 중에는 사회적 공감대나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마케팅으로 매출 하락을 겪은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광고가 공감대 오류를 범한 사례도 있다. 롯데마트 잠실점에 입점한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는 팝업 광고물을 통해 “남자친구가 드론 보는 동안 베스트셀러 읽으며 쉬어가세요”라는 카피로 여성 소비자를 배제하는 듯한 인상을 줘 오히려 여성들의 불만을 샀다.
이에 대해 마케팅 전문가들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포용적 마케팅(Inclusive ma-rketing)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포용적 마케팅’은 시장에 대한 전통적인 고정관념 없이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제품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국내 업계의 광고 전략도 사회,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보편성과 포용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오랜 업계 관행상 여성 신체가 적나라하게 담긴 달력을 제작해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마케팅에 활용해온 주류 업계도 최근 들어 구설에 올랐다. 누드 모델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주류업계의 달력은 업소에 공짜로 주거나 도매상에게 실제작비만 받고 만들어 주던 것으로, 최근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비싼 값에 중고 거래되기도 했다. 이를 발행해온 하이트진로 측은 “지난해 일부 업소 요청으로 소량 제작한 바 있으며, 이후 내부 검토를 거쳐 앞으로는 제작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성의 성을 노골적으로 마케팅 용도로 사용해온 관행에 업계가 자성해야 한다”면서 “주류 도매상 또는 업소 등 이를 필요로 하고 요구하는 거래처까지 인식을 바꿔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