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톱 말 나오지 않게 대처”…김 실장이 ‘원톱’ 해석도
김 수석은 11일 정책실장으로선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정책 기조의 유지를 강조했다. 김 실장은 야당과 경제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 실패 사례로 꼽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전혀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의 원조로 알려진 김 실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소득주도성장과 혁신경제 등 기존의 정책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정책기조를 둘러싼 여야의 격한 대립을 예고한 것이다.
김 실장은 다만 “속도와 균형에 있어 경제환경이 달라지는 시점에 와 있기 때문에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해 속도조절 여지를 남겼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무제 등 논란이 된 정책의 완급을 조절하고 소득주도성장보다는 혁신경제 등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김 실장은 “9·13 대책 이후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불안하면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계속 규제 강화와 시장 공정성 중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칠 것임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을 경제수석실로 이관한 점이나 참여정부와 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 실장의 기용 자체가 부동산 정책은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김 수석이 시중에 풀어진 부동산 자금을 회수해 시장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연말에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들 가능성도 크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장하성 정책실장이 경질됐기 때문에 김상조 공정거래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공정경쟁에서 재벌개혁은 계속 유지하겠지만 미세한 변화가 점쳐진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문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6월 말 윤종원 경제수석이 선임되면서 ‘포용적 성장’과 ‘정부와 기업 간의 건강한 관계’를 외치며 미세하나마 대기업과 손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김 실장은 소통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는 “개혁과 변화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여당은 물론 야당에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도 김 실장이 계속 총괄하게 됨으로써 그대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사령탑 논란에 대해서는 김 실장은 경제부총리가 ‘경제사령탑’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김 실장이 ‘경제라인 원톱’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자는 업무조정 능력이 뛰어난 성실한 관료지만 ‘예스 맨’이라는 평가여서 ’왕 수석’에서 ‘왕 실장’으로 승진한 김 실장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