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음식물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드는 착한 곤충 '동애등에'

입력 2018-11-06 18:29 수정 2018-11-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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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이용범 국립농업과학원 원장
많은 사람들은 곤충을 징그럽다고만 생각해왔다. 사람들은 곤충이 눈에 보이면 잡아 없애고 약을 치며 피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곤충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학습·애완용 동물이나 식품·의약품 소재 등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새로 주목받는 곤충 가운데 매우 특이한 녀석이 하나 있다. ‘동애등에’다.

‘동애등에’는 파리목의 동애등에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미국·인도·호주·베트남·한국 등 전 세계에 분포한다. 동애등에 유충은 유기성 폐기물인 동물의 사체, 가축의 분뇨, 식물의 잔재, 음식물쓰레기 등을 먹어치운다. 그래서 동애등에는 특히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 식량의 30% 정도인 13억 톤이 버려진다. 이렇게 낭비되는 음식물쓰레기의 경제적 비용은 1조 달러(약 1128조 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할 수 있는 땅도 여유가 많지 않다. 동애등에 유충 한 마리는 하루 2~3g의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분해한다. 동애등에 유충 5000마리만 있으면 음식물쓰레기 10㎏을 3~5일에 80% 이상 분해할 수 있다.

외국의 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공장은 등애등에 50억 마리를 사육해 하루 24톤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다. 게다가 동애등에 유충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 후 내놓는 분변토는 농토를 기름지게 하는 비료로도 쓸 수 있다. 이렇게 기특한 식성을 가지고 있지만 성충이 되면 입 모양이 먹이 활동에 적합하지 않게 변한다. 그래서 집에 날아들지도 않고 물거나 성가시게 하지도 않는다.

동애등에의 역할은 음식물쓰레기 처리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축산물 수요가 증가하고 국제 곡물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수입 사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많은 연구 기관에서 새로운 사료 원료를 찾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은 훌륭한 차세대 사료 원료가 될 수 있다. 가축이 잘 자라는 데 유용한 조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음식물쓰레기와 농산 부산물을 처리하면서 농업에 필요한 원료까지 생산하는 ‘자연순환시스템’에 동애등에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캐나다의 엔테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어그리프로틴 같은 회사는 동애등에를 사업화한 대표적 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동애등에를 사육해 지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이나 농산 부산물, 유통기한이 끝나 사용할 수 없는 유기성 자원 등을 처리한다. 동애등에는 이것들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하고 사료용 유충과 분변토를 생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0월 동애등에 생산시설 기준 및 검사기준이 마련됐다. 제도적 울타리 안에서 동애등에를 활용해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고 부산물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동애등에를 사업화하면 새로운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한몫을 톡톡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애등에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형 기업이 생기면 생산과 가공 등 분야별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청년들은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앞세워 반려동물 기능성 사료 분야에도 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제품의 디자인, 해외 마케팅, SNS를 통한 홍보 등 동애등에의 활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그 분야 또한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라는 시가 있다. 동애등에가 딱 그렇다. 호감 가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음식물쓰레기 등을 친환경적으로 분해해 자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우리 청년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고마운 녀석. 보면 볼수록 예쁘고 기특한 곤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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