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양대산맥의 3분기 성적표가 크게 엇갈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36%나 영업이익 감소하는 ‘어닝 쇼크’ 실적을 받아든 반면 LG생활건강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9일 실적공시를 통해 3분기 매출 1조 4626억원과 영업이익 84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1%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6.0%나 감소했다. 3분기까지 누적으로도 매출은 4조6804억원으로 0.1% 줄었고 영업이익은 5331억원으로 16.9% 감소했다.
반면 앞서 3분기 실적을 공시한 LG생활건강은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6% 증가한 1조 7372억 원, 영업이익은 9.8% 증가한 277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3분기까지 누적 8285억 원을 기록했으며 누적 매출도 5조 490억원으로 이미 아모레퍼시픽을 제쳤다.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실적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럭셔리 라인에서의 성과 △사업 다각화 △브랜드숍 비중 등 세 분야에서 다른 행보를 보인 점을 꼽는다.
아모레퍼시픽은 프리미엄 라인인 설화수가 면세채널 등에서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나친 중국 시장 의존도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데 비해 LG생활건강은 ‘후’ 단일 브랜드만으로 연 매출 2조원 달성이 유력한 상황이다. 후는 이미 상반기에만 95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화장품 시장이 전통적으로 4분기 매출이 높은 것을 감안할 때 2조원 매출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관측된다. ‘설화수’는 지난 2016년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지만 올해 2조 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음료, 생활용품 등 비화장품 부문 비중이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음료와 생활용품 등 비화장품 매출이 3분기에만 7000억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경우 대부분의 계열사가 화장품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으며 생활용품이나 녹차 사업 부분의 매출 비중은 매우 낮다. 특히 설화수와 라네즈가 주축인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은 1조 2784억원으로 그룹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다시 말해 화장품 사업에 위기가 닥칠 경우 그룹 전체의 위기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란 얘기다.
이에따라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추가적인 실적 둔화를 막기 위한 포석인 것으로 보인다.
아모레퍼시픽은 조직개편의 이유를 최근 경영 환경 및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기존에 마케팅과 영업이 통합된 국내 화장품 조직 체계를 브랜드와 영업이 분리된 브랜드 중심 조직으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이외에도 면세 영업 조직의 위상 제고 및 ‘MBS(멀티 브랜드샵) 디비전’과 데일리뷰티 유닛 내 ‘e커머스 디비전’ 신설 등을 통해 성장하는 유통 채널에 대한 대응력도 한층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와 중국시장에서 위축된 브랜드숍은 신 시장 개척을 통해 실적을 견인할 방침이다. 올해 안에 라네즈와 에뛰드가 인도 시장에 추가로 진출하고 필리핀에는 라네즈와 이니스프리가 새롭게 진출할 계획이다. 중국의 경우 이니스프리가 3~4성급 도시에도 매장을 오픈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북미와 유럽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 중국 중심의 해외 사업을 다각화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