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가 늘어도 취업자가 더 많이 늘면 실업률은 하락한다. 이는 고용시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신호다.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하다는 의미고, 신규 경제활동인구 중 대다수가 취업에 성공한다는 얘기다. 올해 1월만 해도 실업자가 전년 동월보다 1만2000명 늘었지만, 실업률은 3.7%를 유지했다. 오히려 취업자가 33만4000명 늘면서 15~64세 고용률이 0.7%포인트(P) 상승했다.
가장 부정적인 상황은 경활인구가 감소하거나 증가 폭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실업자가 늘고 실업률이 오르는 것이다. 이는 신규 경활인구는 물론 기존에 취업 상태에 있던 사람들도 실업자로 전환하고 있음을 뜻한다. 여기에 장기 실업자까지 늘면 두말할 것 없는 최악의 상황이다.
최근 고용시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9월(이하 월평균) 실업자 수는 11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1000명(4.8%) 늘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제공된 최근 19년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도 15만2000명으로 1만 명(6.9%) 증가했다. 이 역시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치다.
취업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도 61만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만1000명(6.5%) 늘었다. 구직단념자는 취업을 희망하나 노동시장 환경이 나빠져 일자리를 얻지 못한 자를 의미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경활인구에서 비경활인구로 이탈한 실업자다.
실업자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조선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제조업 불황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체들의 감원 및 폐업, 소비 회복세 지연에 따른 내수업종 불황 등이 꼽힌다. 특히 실업자 증가가 산업별로 숙박·음식업, 직업별로 단순노무직, 최종학력별로 고졸에 집중된 점은 고용난의 가장 큰 요인이 최저임금 인상이었음을 의미한다.
실업자 증가로 인한 공적지출도 크게 늘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9448억 원(23.1%) 증가한 5조33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한액 인상 및 지급기간 연장으로 1인당 지급액이 늘어난 데 더해 지급인원도 증가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