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기영 프랜차이즈협회장 “산업 규모는 선진국, 규제는 후진국”

입력 2018-10-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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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거리제한 법 개정 후 외국업체는 직영점 늘리는데 국내업체는 출점 못해 손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사진제공 프랜차이즈협회)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사진제공 프랜차이즈협회)
18일 제 43회 프랜차이즈 서울 개막에 맞춰 ‘프랜차이즈산업인의 날’이 처음 제정됐다. 프랜차이즈 업계로서는 올해 처음으로 업계를 대표하는 날이 제정됐으니 어느 해보다 의미 있을 법하다. 하지만 정작 프랜차이즈 업계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최근 개정된 일명 ‘호식이법’으로 프랜차이즈 기업에 ‘갑질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지난해 몇몇 프랜차이즈 기업 오너들의 갑질로 시작된 정부의 규제에 사업을 포기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는 산업 전반에 퍼진 부정적인 이미지가 앞으로도 짧은 시간 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프랜차이즈 업계 최대 축제인 프랜차이즈서울 현장에서 만난 박기영(55)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역시 산업의 미래를 선뜻 낙관하지 못했다. 협회장에 취임한 지 2년여가 지나 이미 임기를 3분의 2가량 채운 박 회장은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긴 이야기에 앞서 내뱉는 협회장의 한숨에서 업계가 처한 위기 상황을 읽을 수 있었다.

◇호식이법 공정성 결여… 사업환경 더 악화할 것 =최근 개정된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는 ‘호식이법’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호식이법은 프랜차이즈 기업 오너의 도덕성 문제로 가맹점이 피해를 입을 경우 보상하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골자다. 가맹점주 입장에서 보면 본사로 인한 피해에 대한 보상 규정이 생긴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에 대해 ‘공정성’이 결여된 법 개정이라고 지적한다.

“호식이법은 가맹본부는 가해자이고, 가맹점은 피해자라는 전제가 깔린 법입니다. 점주로 인해 본부가 피해를 입는 경우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가맹점이 사입(본사 공급 품목이 아닌 제품을 개별적으로 구매)이나 서비스 매뉴얼 위반으로 소비자와 분쟁이 생길 경우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요?”

박 회장은 계약서에 본부의 도덕성으로 인해 점주 매출이 감소하는 등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보상 규정을 넣는다면 점주 역시 동일한 적용을 받아야 공정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실제로 과거 프랜차이즈 본부 A사는 점주협의회가 조직적인 사입을 조장하면서 문을 닫았다. A사는 계절적으로 가격 변동이 큰 육류를 유통하면서 매월 유사한 가격에 가맹점에 공급했지만 시장 가격이 하락할 때는 사입을 하고 시장 가격이 올라갈 때만 본사로부터 재료를 공급받는 조직적인 사입으로 인해 본사에 자금 위기가 발생했던 것이다. 박 회장은 이 같은 전례는 이제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국내의 사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해외에 진출하는 프랜차이즈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대로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국내에서 짐을 싸는 형국입니다. 프랜차이즈 기업 오너 상당수가 사업을 정리하고 브랜드를 매각하려 합니다.”

박 회장은 현재 70~80개 브랜드가 매각을 희망할 정도로 업계에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계 기업만 배불리는 가맹사업법 = 박 회장은 가맹사업법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과도한 간섭이 산업 전체를 침체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한다.

“5년 전 가맹사업법이 개정됐을 때 어떤 현상이 발생했는지 아십니까?” 갑작스럽게 그가 질문을 던지더니 답변할 새도 없이 말을 이어 나간다. “5년 전인 2013년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처음 명시된 것이 거리 제한입니다. ‘가맹점 보호’라는 명분이었지만 실제로 이로 인해 소수의 가맹점은 이익을 봤을지 몰라도 다수가 손실을 봤습니다.”

그의 말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짓자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2012년만 해도 카페베네가 스타벅스보다 매장 수가 많았습니다. 본사와 가맹점 매출을 더하면 스타벅스 매출보다 많았죠. 그러나 2013년 거리 제한이 생기면서 직영 위주인 스타벅스는 자유롭게 출점했지만 가맹 위주의 카페베네는 출점이 어려워졌습니다. 거리 제한에서 자유로운 스타벅스가 커피 시장을 장악하게 됐고, 카페베네는 본사에 위기가 닥치면서 가맹점 매출까지 악화하는 도미노 위기를 겪게 된 거죠.”

프랜차이즈에 대한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개정된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차액가맹금 수취 여부 △가맹점 1곳당 가맹본부에 지급한 전년도 차액가맹금의 평균 액수 △가맹점 1곳당 전년도 매출액 대비 차액가맹금의 평균 비율 △주요 품목별 전년도 공급가격 상·하한선 등을 공개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원가와 마진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 업계는 물론, 박 회장도 ‘불공정’한 처사라는 점에 공감한다.

“자동차나 TV 제조사가 원가와 마진을 공개합니까? 명품 브랜드는 브랜드 가치가 높을 뿐 원재료비는 높지 않지만 폭리라고 하지 않는데, 프랜차이즈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로열티 문화 정착시켜야 = 박 회장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선진화된 프랜차이즈 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 본사를 억누를 것이 아니라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이를 위해 종전 ‘가맹비’를 ‘로열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매월 브랜드에 대한 로열티를 가맹점으로부터 지급받는다. 그러나 국내 프랜차이즈 중 가맹점으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경우는 전체의 5%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가맹계약 초기 가맹비를 받는다.

박 회장은 로열티를 받지 않고 가맹비를 받는 경우 신규 출점이 줄면 본부가 자금난을 겪는 구조가 된다고 주장한다. 신규 출점이 줄어든 본부가 자금난을 겪지 않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 업계의 이미지를 악화시켰다는 것. 공급 품목에 과도한 마진을 붙이거나 통행세 등을 부과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본부와 매장 간의 계약 방식을 가맹비가 아닌 로열티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도 착수했다.

“최근 론칭한 신규 브랜드 상당수가 로열티 방식을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정액제 로열티가 많지만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는 정률제가 일반적입니다.”

정액제 로열티는 가맹점 간 동일한 금액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방식인 반면, 정률제는 가맹점의 이익에 비례해 로열티가 책정되는 방식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박 회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는 현 정부에서 가장 중시하는 일자리에 대한 해법을 풀 열쇠가 프랜차이즈에 있다고 자신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하나 만들어지고 가맹점이 늘어날수록 일자리도 늘어납니다.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가 140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산업이 활성화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게 됩니다.”

박 회장은 내년에는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일자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기대한다는 희망을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박기영 회장은…

1992년 미국 유아 교육프로그램인 짐보리를 국내에 도입하고, 자석교구인 ‘맥포머스’를 국내에 소개한 인물이다. 2010년에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맥포머스 미국 본사를 인수해 화제가 됐다. 제 6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으로 취임했으며, 첫 비외식기업 출신 협회장이기도 하다. 협회에서는 세계프랜차이즈대회 준비 위원장, 부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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