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웨어러블 로봇, 노조 탓에 국내에선 무용지물

입력 2018-10-22 16:03 수정 2018-10-2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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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22일 밝힌 로보틱스 사업 계획에는 구체적인 개발 및 적용 로드맵이 포함돼 있다. 지난달부터 산업용 착용로봇의 시범운용을 시작했고, 올 연말에는 호텔 룸서비스와 고객 안내 등을 수행하는 ‘호텔 서비스 로봇’을 선보인다. 내년부터 해비치 호텔&리조트 등에 배치해 시범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자동차 판매 서비스 로봇도 등장하고, 2020년께 전기차 자동충전 로봇의 프로토타입도 공개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았던 장비는 지난달 시범운용에 나선 착용로봇, 이른바 ‘웨어러블(Wearable) 로봇’이다. 완성차 조립공정에 투입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작업 근로자의 보조용 기기다. ‘의자형 로봇(H CEX)’으로 이름 지어진 착용로봇은 작업자의 앉은 자세를 유지해 주는 장비다. 작업자의 두 다리 뒤쪽에 굴절이 가능한 2개의 지지대를 매달고 필요할 때마다 이를 지탱해 앉을 수 있다. 이른바 ‘체어리스 체어(Chairless Chair)’다.

최대 150kg까지 지탱할 수 있는 이 장비는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작업시간을 줄이고 효율성까지 향상시킬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도 굳이 몸을 굽히지 않아도 돼 근로자의 피로도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이같은 보조로봇을 착용하면 3~7% 생산효율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작업 보조용 로봇을 개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로봇의 투입이 ‘작업 효율성 확대→작업시간 단축→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산량 확대를 위한 증설 작업보다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정작 시범운용을 국내가 아닌 북미 공장에서 먼저 시작했다. 글로벌 주요 국가의 생산시설은 공정의 효율성 확대가 곧 시간당 생산량 증가로 이어진다. 작업이 쉬워지니 동일한 작업에 필요한 작업시간이 감소하고, 이는 곧 1시간당 생산량을 의미하는 UPH(Unit Per Hour) 증가로 이어지는 셈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산업계에는 이같은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

반면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착용 로봇의 도입이 애초 목적인 생산량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신차투입 또는 물량 조정 등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작업보조용 로봇을 투입돼해 생산효율성이 증가해도 애초 궁극적인 목적인 ‘생산량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뽑아내고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것은 결국 시간당 생산량 UPH(unit per hour)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며 “시범운용을 미국부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의 첫 단계로 다양한 착용로봇을 선보였다. 효율성 및 시간당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와 단협을 거쳐야한다는게 걸림돌이다. (사진제공=현대글로벌미디어)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 사업의 첫 단계로 다양한 착용로봇을 선보였다. 효율성 및 시간당 생산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와 단협을 거쳐야한다는게 걸림돌이다. (사진제공=현대글로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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