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홍콩 루터 스트리트에 위치한 가톨릭 미션 스쿨의 한 교실. 컴퓨터 앞에 앉은 학생들이 저마다 게임처럼 보이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하고 있던 것은 사실 게임이 아니라 디지털 인성(DQ)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이 자리에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와 관계자들도 함께 했다.
DQ 프로그램이란 사이버 교육 기관인 DQ 인스티튜트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홍콩을 비롯해 싱가포르, 태국 등 전세계 여러 나라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게임 형태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에서 지켜야할 규칙들을 교육하게 되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음란물과 사이버 폭력 등의 이슈에 대해서도 대처 방법을 기르게 된다.
9세인 네오는 DQ 프로그램을 통해 집단 괴롭힘의 문제를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오는 “DQ 프로그램을 배운 후에 사이버 상에서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을 멈추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특히 아무에게나 스팸 메시지를 보내지 않게 됐으며 나 역시 모르는 사람이 보내는 메시지를 보고 사실과 혼동하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오가 말하는 스팸이란 메시지 앱 ‘왓츠앱’을 통해 전달되는 음란물 및 폭력물 등을 일컫는다. 홍콩 교육 관계자에 따르면 왓츠앱은 홍콩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 앱으로 통하며 다량의 메시지가 이 앱을 통해 오간다. 앱을 통한 보게 되는 음란물과 폭력 콘텐츠 등이 학생들을 사지로 모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티모시(9세) 역시 왓츠앱을 통해 좋지 않은 메시지를 받은 기억이 있었다. 이미 82단계의 DQ 프로그램을 두 번이나 끝냈다는 티모시는 평소 다른 학생들에 비해 컴퓨터 활용 시간이 길지 않아 오히려 이번 교육을 계기로 컴퓨터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티모시는 “8가지 DQ 항목 중에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바로 ‘사생활 관리(PRIVACY MANAGEMENT)’였다”면서 “이 항목에서는 이상한 메시지가 날아와도 판별하고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티모시가 언급한대로 DQ 프로그램은 △온라인 인격 형성 능력 △디지털 이용시간 조절 능력 △사이버 폭력 대처 능력 △사이버 보안 능력 △디지털 공감 능력 △온라인 정보 선별 능력 △디지털 발자국 관리 능력 △온라인 사생활 관리능력 등 8가지 커리큘럼으로 나뉘어 있다.
이날 인터뷰의 홍일점인 셜리(10세)는 사이버 보안 관리에 관심이 많았다. 셜리는 “처음엔 게임인 줄 알고 아무 버튼이나 눌러보다가 흥미를 갖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설리의 경우 오히려 게임 형태의 프로그램인 장점 덕분에 지금까지 커리큘럼을 이어올 수 있었던 사례다. 셜리는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냐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웡 선생은 “아이들이 디지털 시민의식을 기르고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DQ 프로그램이 적격”이라며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를 제어하고 타인을 의식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홍콩 내 디지털 교육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정부 주도 하에 DQ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싱가포르와 비교할때 홍콩은 아직 학교 단위의 자발적인 교육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웡 선생은 “홍콩은 디지털 환경에 대한 변화가 심한 국가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부분에선 별로 발달돼 있지 않다”며 “집 밖에서의 예절은 가르치지만 인터넷에서 지켜야할 법이나 에티켓에 대해 가르치는 곳이 없다는 게 홍콩의 현주소”라며 안타까워했다.
끝으로 그는 “DQ 프로그램과 같은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교육자들은 언제든지 환영하는 입장이며 이를 통해 홍콩 아이들이 안전한 교육 환경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