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교황 성하의 축복으로 평화의 길을 열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기고문에서 문 대통령은 특히 ‘포용’이라는 단어를 4번 사용할 정도로 ‘포용국가’를 강조했다. 이는 기존 순방 때마다 강조해왔던 ‘소득주도성장’ 대신 포용적 성장으로 미세하나마 정책기조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포용적 성장을 구현하는 구체적 방법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쟁이 있는 것”이라며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기고문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사람 중심’의 국정철학을 기반으로 ‘포용국가’를 선언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공동선과 진보와 발전을 단순히 경제적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해해야 한다’라는 말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 대통령은 “가톨릭은 폭력과 혐오, 차별과 착취, 무관심과 무관용, 불평등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물질문명과 무한경쟁 사회의 한 줄기 빛으로, 시대의 아픔을 포용하는 힘과 지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포용을 추구하는 한반도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며 “나와 우리 국민은 ‘모든 갈등에 있어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교황 성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긴다”고 부연했다.
가톨릭이 한국사회에서 존경받는 이유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한국은 가톨릭 국가가 아니지만 ‘성경’을 통해 민주주의를 익히고 불의와 맞서는 용기를 얻었다”며 “군사독재 시절 한국의 ‘성당’은 민주주의의 성지였고, 피난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 가톨릭은 불의한 국가폭력에 맞섰지만 끝까지 평화를 옹호했다”며 “2017년 추운 겨울의 그 아름답고 평화로웠던 촛불혁명의 정신에 그 가르침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나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전인미답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화해와 평화를 위한 ‘만남의 외교’를 강조하신 교황 성하의 메시지를 항상 기억했다”며 “만남과 대화가 이룬 결과로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고 한미 양국도 대규모 연합훈련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그동안 남북이 만나고, 북미가 대화하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며 “이제 우리는 분단과 대결을 평화를 통해 번영으로 부활시킬 것이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9월 평양 방문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한국 가톨릭을 대표해 김희중 대주교께서 함께 갔는데 남·북한 가톨릭 간의 교류를 위해서다”며 “교황청과 북한의 교류도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 항구적 평화는 정치와 제도가 만들어낸 변화 이상이 필요하다”며 “단지 경제적 이익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가 형제처럼 아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