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키맨’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19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임 전 차장은 16일 오전 5시께 검찰 조사를 마치고 조사실에서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오전 9시 30분 임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임 전 차장은 오전 1시께까지 신문을 받은 뒤 4시간가량 조서를 검토했다.
임 전 차장은 장시간 조사받은 심경이 어떤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는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시한 것을 인정했는지 등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을 상대로 상고법원에 반대하던 판사를 뒷조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그러나 임 전 차장은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제기된 의혹 중 오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겠다”면서도 혐의에 대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바 있다.
임 전 차장의 조사 결과에 따라 박병대, 고영한, 차한성 전 대법관을 비롯해 양 전 대법원장으로 이어지는 검찰의 ‘윗선’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임 전 차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행정처 차장 등으로 근무한 임 전 차장은 재판 거래, 법관 사찰 등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당시 법원행정처의 법관 동향 파악, 비자금 조성 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특히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파견 등을 대가로 청와대의 의사에 따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판결을 늦추고, 결론을 뒤집는 데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