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절도, 폭력, 살인 등과 같은 범죄(자연범)와 비교하면, 증권범죄는 자본시장이라는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의 특정 행위를 범죄라고 규정함으로써 비로소 제재의 대상이 된다는 점이 다르다.
증권범죄에 대한 조사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금융감독원(전 증권감독원)이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검찰의 경우 2002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가 증권범죄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다가 금융조사부로 명칭을 변경해 현재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부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뜬금없는 국무회의 1호 지시사항으로 자본시장조사단(줄여서 자조단)이 꾸려져 지금껏 운영되고 있다. 아마도 자조단을 미국의 SEC(증권거래위원회)처럼 강제수사권한이 있는 조직으로 만들려 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금융위 본래 기능에 비추어 자조단의 존재는 이질적이고, 무엇보다도 자조단이 생김으로써 조사 절차가 더 지연되거나 조사가 중복되는 등 그 폐단으로 인해 이제는 자조단의 존폐를 신중하게 논의할 시점이 됐다.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금감원 조사국 직원들은 증권범죄 조사에 관해서는 국내 최고의 능력과 자질을 갖췄으면서도 그 조사과정에서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금융위처럼 강제조사권이나 심문권이 없고, 행정조사법에서도 예외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변호인 입회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금감원의 처리의견서, 문답서, 제반 조사자료가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것이 현실이고, 헌법상 기본권이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추어 변호인의 문답 시 입회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인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조직도 문제가 있다. 한국거래소는 공적 조직도 아니고 증권범죄에 대한 조사권한도 없다. 다만 시장의 접점이고, 이상거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빨리 적발할 수 있는 전문적인 조직이라는 장점이 있다. 장차 거래소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게 된다면 공적 조직인 시장감시위원회와 관련된 부서들은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 부서에 편입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순전히 법리적 측면에서 본다면, 자본시장 조사와 관련된 절차는 사법적 절차이기 때문에 금감원과 같은 특수한 조직에 맡길 것이 아니라 검찰청이나 다른 국가기관에서 담당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이다. 다만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은 금감원의 다른 유관 부서, 기업공시나 금투검사, 회계 등의 업무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도 이러한 부서와 분리되어 국가기관이 될 때에는 상당한 업무능력 약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또 검찰의 수사능력과 금감원 조사국의 조사능력은 상호 보완관계(금감원은 디테일에 강하고 검찰은 큰 그림에 강함)로 매우 유용했는데 금감원의 자본시장조사 기능을 국가조직으로 흡수할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상호 보완관계의 시너지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기재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일부 업무가 중복되어 낭비를 초래하거나, 통합되어야 할 부서가 무의미하게 분리돼 있어 비효율적인 부분을 검토할 때가 됐다. 무엇보다도 금융위원회에 과도하게 집중된 금융산업에 대한 정책 및 감독업무에 대한 논의도 다시 시작해야 되겠지만, 이와 마찬가지로 증권범죄 조사에 대한 조직의 구성 및 체계에 대해서도 매우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