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터키 '버버리 대란' 한 달...하이에나 같았던 직구족

입력 2018-09-1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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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터키 리라화가 폭락했다. 미국과의 무역제재 갈등에서 비롯된 리라화 폭락으로 터키가 경제적 출혈에 시달리고 있을때 이들의 ‘피 냄새’를 맡고 기웃거리는 ‘하이에나’들이 있었다. 바로 직구족이다.

리라화 폭락 소식에 지난달 13일 국내에서도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터키 버버리’였다. 이후 터키 ‘버버리 대란’으로까지 이름붙은 이 사태는 화폐가치가 급락한 터키에서 명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경제적 합리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지금 구매해야 우린 합리적인 경제인이 될 수 있었다. 같은 시각 대부분의 매체에선 해당 소식을 전했고 외교부는 터키 여행 문의가 늘어난 데에 따라 남색경보를 발령해 여행 유의를 당부하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마침 그날은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다. 8월 19일은 가난과 전쟁공포 등으로 삶의 낙을 잃은 세계 곳곳의 시민을 위해, 이날 하루만큼은 관심을 갖자는 의미에서 유엔(UN)이 선정한 기념일이다.

터키는 세계 인도주의의 날에 빼놓을 수 없는 국가다. 터키는 올해 ‘세계 인도주의 리포트(Global Humanitarian Assistance Report 2018)’가 선정한 ‘지원이 필요한 국가’ 3위에 올랐다.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2억 명이 가난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중 지원이 필요한 인구수 1위는 2000만 명의 예맨, 2위는 1370만 명의 시리아, 그리고 세번째가 1280만 명의 터키다.

우리는 과거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포착된 ‘악마의 미소’를 기억한다. 백화점 붕괴 당시 흩날리던 옷가지들을 챙기던 한 시민의 미소에 전국민이 경악했다. 남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터키 대란 역시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시리아 내전 개입과 경제 위기 등으로 밥을 굶는 터키 국민들만 1000만 명이 넘는다는데 국내 직구족들은 그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는 사실만 중요할뿐, 온라인 상에서 그들을 걱정하는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우린 합리적인 경제인이자 손님대접을 받아야 하는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터키 대란이 벌어진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직구족들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는 듯하다. 소비자로서의 권리도 중요하지만 권리에 취해 정작 주위를 살필 줄 아는 인간적인 공감능력은 잊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직구족들이 훑고 간 그 자리엔 여전히 가난과 난민이 남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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