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현지시간) NAFTA 개정에서 미국이 멕시코와 합의에 이른 것과 달리 쉽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캐나다와는 협상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 트위터를 통해 “ NAFTA가 미-멕시코 간 양자협정으로 갈 수 있다”고 캐나다를 압박했다. 또 미 의회에도 “협조하지 않으면 NAFTA 자체를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새로운 NAFTA에 캐나다를 계속 붙잡고 있을 정치적 필요성이 없다”면서 “공정한 합의를 만들지 못하면 캐나다는 NAFTA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7일 멕시코와 협상을 타결한 직후 캐나다와는 기한인 31일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하지 못하고 5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는 이런 협상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면서 “안 그러면 NAFTA를 완전히 끝낼 것이다. 우리는 그로써 훨씬 더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억하라. NAFTA는 일찍이 체결된 무역 협상들 가운데 최악의 협상 중 하나다”라며 “미국은 수천 개 기업과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NAFTA 이전에 훨씬 더 잘 살았다. 결코, 체결되면 안 됐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NAFTA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산업계와 의회는 반발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토머스 도나휴 회장은 “캐나다를 협정에서 제외할 경우, 협정은 분열된 것과 같다”며 “미국 산업계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3개국 모두의 합의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협상이 합의 없이 끝나자 전날 멕시코와의 합의를 미 의회에 통보했다. 90일 이내에 서명을 위한 절차다. 캐나다의 합의 의지를 전제로 해서 기존대로 미-캐나다-멕시코 3자 협정에 대한 문도 열어놨다.
미 의회 내에선 캐나다를 뺀 미-멕시코 간 양자협정에 부정적 의견이 우세해 캐나다와의 합의가 실패할 경우 난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대해 캐나다 협상대표인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의 대변인 애덤 오스틴은 “캐나다는 새로운 NAFTA에 전념하고 있다”면서 “모든 당사자가 선의와 유연성을 가지면 ‘윈-윈-윈’하는 결과를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분쟁 해결 기구’를 없애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미국은 이 기구가 반덤핑이나 보조금 관련 자국의 조치를 제한한다고 반대하고 있으나 캐나다는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멕시코와의 협상에서는 분쟁 해결 기구를 없애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제 관계는 멕시코와의 관계보다 더 깊다. 미국 수출에서 캐나다는 가장 큰 비중인 2827억 달러를 차지한다. 또, 미국의 대캐나다 무역 적자(173억 달러)는 대멕시코 무역 적자(711억 달러)보다 훨씬 적고, 통상 문제로 이렇게까지 옥신각신할 필요가 없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설명이다.
양국은 지난해 8월 NAFTA 재협상에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캐나다에 미국 제품 구매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요구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이어 캐나다에 반덤핑 관세를 잇따라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캐나다는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 지난해 11개국이 모여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빠지겠다고 하면서 양국간 정상회담이 연기된 일도 있다.
내년에 있을 캐나다 총선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로 작용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인 퀘벡시는 알루미늄 산지다. 6월 트럼프 정부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수입 제한을 발동한 이후 트뤼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