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 씨도 지난달 3일 경기도 시흥의 식당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 출입문에 손이 끼어 왼쪽 손가락 한 개가 잘리고 손가락 끝 마디뼈가 부러졌다. B 씨가 일하던 식당은 직원을 상시 두는 대신 필요할 때만 고용하는 곳이었다.
올 초만 하더라도 두 사람과 같은 사고를 당하면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공사금액 2000만 원 미만 혹은 총면적 100㎡ 이하의 건설 사업장이나 상시 노동자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에는 산재보험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주로부터 보상을 받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소송비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노동자도 많았다.
이 같은 점을 해소하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제도가 개선됐다.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는 7월 1일부터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개정·시행했다. 덕분에 A 씨와 B 씨도 산업재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가내 고용 활동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5인 이하 농림어업 사업장(벌목업 제외)을 제외한 모든 사업장이 산재보험의 적용 대상이 된다. 단기 아르바이트나 주말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건설노동자에게까지 산재보험의 보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새롭게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노동자는 30만 명이 넘는다.
산재를 인정받은 노동자는 재해 정도에 따라 요양급여와 휴업급여(요양으로 일을 하지 못하는 기간 생활 보장을 위해 지급하는 급여·평균임금의 70%), 장해급여를 받는다. 심리 상담이나 재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공단 측은 “시행령 개정으로 취약 계층 보호와 사회 안전망 확충이라는 설립 목적에 맞게 산재보험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외에도 노동자를 보호하고 산재보험의 보장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보험 제도를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사업주의 확인을 받지 않아도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꿔 노동자의 부담을 완화했다.
공단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동자의 산재 입증 책임도 완화했다. 법원과 공단이 인정한 직업성 암 8종에 대해서는 역학 조사 없이 해당 공정에 종사하는지만 조사해 산재 여부를 판정받을 수 있게 했다.
또 교통수단에 상관없이 통상적인 통근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출퇴근 산재로 인정해 보상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통근버스 등 회사에서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았다면 산재를 인정받기 어려웠다.
노조 전임활동 중 발생한 재해나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하던 중 벌어진 사고 역시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새로 지침을 마련했다. 만성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 질환의 인정 기준도 완화했다. 이전에는 12주 동안 평균 주 60시간을 일해야 과로 산재로 인정했지만 작업 환경, 규칙성, 근로의 육체적 강도 등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 평균 근로 시간이 주 60시간에 못 미치더라도 산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올해 산재 인정 건수는 지난달까지 7만82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4954건)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 공단은 연말까지 근골격계 질병과 자살에 대한 산재 인정 기준도 개정해 이전보다 쉽게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사업주를 위한 더 촘촘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공단의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