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비리에 이어 국정농단에 연루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신동빈(63)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이 29일 열린다. 앞서 박근혜(66) 전 대통령 2심 재판부가 롯데그룹이 낸 재단 출연금 70억과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재차 인정하며 이를 '뇌물'이라고 판단한 만큼 검찰이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10분 신 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공여, 경영비리 의혹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열고 변론을 종결한다. 결심공판에는 경영 비리 사건으로 신 회장과 함께 기소된 신격호(96) 명예회장, 신동주(64)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영자(75) 전 롯데 장학재단 이사장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결심공판 이전에 열린 마지막 재판에서 "다시 한번 일할 수 있게 해달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 회장의 뜻과 달리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2000억 원대 횡령ㆍ배임ㆍ탈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검찰은 신 회장과 신 명예회장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신 명예회장이 가족에게 특혜를 몰아주기 위해 범행을 지시했고, 신 회장이 실행해 공동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신 회장 등이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가진 아버지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며 신 명예회장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신 회장에게는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에서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롯데그룹이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낸 70억 원을 부정한 청탁과 함께 출연했는지 여부다. 신 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과 면담 당시 면세점 추가 청탁을 하지 않았고 청탁할 필요도 없었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 1, 2심 재판부는 롯데그룹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부정한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70억 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항소심에서 국정농단과 경영비리 사건이 병합된 만큼 구형량은 14년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검찰 구형이 재판부가 양형을 정하는 데 필수적 고려 대상은 아니다. 통상 검찰 구형량보다 실제 선고형량이 낮은 만큼 피고인 입장에서 어느정도 형량의 최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선고 공판은 10월 첫째 주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1249억 원대 배임과 500억 원대 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신 회장은 신 이사장과 서미경 씨 모녀에게 774억 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실화된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해 47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신 총괄회장과 함께 신 전 부회장 등에게 급여 명목으로 500억여 원을 부당하게 준 혐의도 있다.
신 회장은 롯데월드타워 면세점 특허 등 경영 현안에 대한 청탁을 하고 K스포츠재단에 70억 원을 지원했다가 검찰의 수사가 이뤄지기 직전에 돌려받은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