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해운업과 지리학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해운업과 지리학은 ‘공간’을 다룬다. 지리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관심을 갖는 학문으로, 동(洞)보다 작은 단위부터 국가를 넘어 지구 전체까지의 공간적인 범위를 다룬다. 해운업 역시 어떤 컨테이너 공간을 제공할 것인지, 배의 어느 곳에 화물을 실을 것인지부터 강과 바다를 따라 어느 도시와 국가를 연결할 것인지 고민한다. 공간을 옮기는 동시에 공간을 잇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해운업과 지리학 모두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분야다. 도로 이정표에 적힌 지명, 길을 찾을 때 열어보는 내비게이션의 지도, 태풍이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올지 예측하는 것 모두 지리학이다. 해운업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에 유행인 DIY 수입 가구, 천연 버터로 인기몰이 중인 아보카도, 흔히 마시는 팩에 담긴 오렌지 주스와 유명 SPA 브랜드 의류까지, 대부분의 재화가 여러 국가에서 선박을 타고 우리의 일상에 온 것이다.
2017년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63.8%로 상당히 높고, 수출입화물의 99.7%가 해상 운송으로 이동한다. 2016년 전 세계 해상물동량은 약 111억 톤으로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물자와 자원이 선박을 통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신입 연수를 받으며 부산컨테이너터미널에 처음 방문해서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과 쉴 틈 없이 컨테이너를 선박에서 하역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그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했다. 처음으로 승선해 선장, 항해사, 기관사분들을 만나며 자신들의 업을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고, 그들과 함께 해운업을 이끄는 일원이 되었다는 소속감을 피부로 느꼈다. 그 순간들마다 쌓아온 자부심으로 국적선사의 직원으로서 대한민국 해운업 재건의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