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에 대한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최근 암호화폐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에서 제외한 가운데, 올해 초에는 벤처캐피털(VC)을 통해 400여억 원 규모를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기부는 10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에 대한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제2조 제4항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업종’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이 추가되면서 암호화폐거래소가 그 대상이 됐다. 이로써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창업 중소기업 세액감면 등 중기부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향후 법인세·소득세·재산세 50% 감면, 취득세 75% 감면 등 벤처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중기부는 암호화폐거래소를 벤처업종에서 제외한 이유로 투기 과열 현상에서 발생한 도박성·유흥성 성격이 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 암호화폐 투기 현상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진행된 정부의 규제 조치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중기부는 올해 1월 모태펀드 출자를 받은 벤처캐피털을 통해 암호화폐거래소에 약 412억 원에 달하는 돈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기부에 신고된 펀드 약 700개 중 28개가 빗썸(비티씨코리아닷컴), 업비트(두나무), 코빗, CPDAX(코인플러그) 등 국내 대표 암호화폐거래소였다. 중기부의 ‘암호화폐거래소 기업 투자 현황’을 보면 업비트에 9개 펀드 158억6000만 원, 빗썸 94억7000만 원, 코빗 86억8000만 원, CPDAX 70억 원, 코인원 2억 원 등이 투자됐다.
불과 몇 달 전에 정부 예산이 대거 투입되고도 벤처기업에서 제외되자 관련 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 5월 중기부가 벤처기업 제한 업종에 대한 규제 완화 방침을 밝히며 일반 유흥 주점업 등만 포함시킨 상황에서 암호화폐거래소를 제외한 것은 지나친 대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관련 단체는 4차 산업혁명 등 미래 신산업에 도전하는 벤처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대 성명을 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한국블록체인스타트업협회는 14일 “중기부가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벤처에 포함하지 않기로 추진하는 것은 19세기 말 영국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막은 적기조례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기부는 올해 초 결성된 벤처펀드는 정부 모태펀드를 받았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것으로 이번 업종 제외와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암호화폐거래소를 (벤처업종에서) 제외하는 것과 VC가 투자한 펀드 운영은 아무 상관 없다”라며 “정부에서 모태펀드를 받았다고 하면 신뢰도가 높아져 이를 기반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데, 실제 투자는 VC의 자체 판단으로 이뤄진 것이고 정부가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