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노동력 부족은 오히려 기회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해 경쟁하는 것보다, 기업이 노동력을 위해 경쟁하는 노동시장이 현재 미국 경제의 세 가지 큰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노동력 부족’이 해결할 세 가지 과제로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상승률과 생산성 향상 그리고 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현재 미국 경기는 호황기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를 넘어 4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치인 2%대를 달성했다. 실업률도 18년 만에 최저치인 3.8%를 달성했다. 이에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펼쳐온 유례 없는 규모의 경기부양 정책을 접고 긴축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한때 기준금리 ‘0%대’ 시대를 열었던 연준은 기준금리를 차츰 인상해 지난달 13일 기존 1.50~1.7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올해 말까지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을 시사했다. 미국 경제의 강세를 바탕으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이 억제돼있고,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도 경기 강세에 비해 가파르지 않은 탓이다. 2009년 중반부터 지난해 말까지 임금상승률은 매년 2% 선에 머물렀다. 게다가 현재 인플레이션이 2% 선에 도달한 것은 유가 상승 덕분이라는 분석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연방준비은행(연은)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올해 노동력이 눈에 띄게 부족해지면서 임금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1분기 임금은 2.9% 상승하며 예년 평균보다 많이 올랐다. 노동조합이 없어도 일할 기회가 풍부해진 노동자들은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5월에만 노동자의 2.4%가 기존의 일자리를 나와 새로운 직장을 찾았다. 연준에 따르면 이직자들의 평균 임금상승률은 4%에 달했다. 실업률이 지속 가능한 수준을 밑돌아 유지되면 기업들은 인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유인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에 노동시장 밖에 있던 사람들이 반응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근로자의 10%가 고용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연스러운 이직과 생존 불가능한 기업들의 자체 정리는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고용을 유지하기 힘들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한다면 노동력과 자본을 더 잘 활용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던킨도너츠는 최근 직원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업무를 조사해 자동화 시스템으로 돌렸다. 인력 부족은 오히려 기업들이 관행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유인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노동력 품귀 현상은 불평등 감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임금이 정체되는 동안 기업 실적과 증시는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지났다. 경제가 자본으로 기울고 노동에서 멀어지면서 2000~2014년 국민총소득(GNI)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은 57%에서 54%로 떨어졌다. 그러나 노동력이 귀해져 대우가 좋아지고 임금이 오르면 이 비율은 반등할 수 있다. 특히 임금인상과 불평등 해소는 소득 최하위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효과가 크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소득 10분위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지난 1년 새 4%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노동력 부족이 불러온 임금 인상과 생산성 향상, 불평등 해소가 인플레이션과 함께 이뤄지면서 연준이 원하는 기준금리 정상화를 자연스럽게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콘스탄스 헌터는 “노동시장이 활기를 띠면 더 많은 노동자가 참여하게 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러운 인플레이션 억제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