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경제 개방 정책인 ‘도이모이’를 시행할 때의 상황과 북한의 현재 상황은 분명 비슷한 점이 있다. 베트남어로 ‘쇄신’을 뜻하는 도이모이는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면서 사회주의적 경제발전을 지향하는 정책이다. 북한도 체제 유지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루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모델로 삼기에 적합하다. 1985년 도이모이 시행 직전 베트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2015년 유엔은 북한의 1인당 GDP가 미국의 1%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북한과 베트남의 조건이 달라 같은 방식의 경제 개발은 어려울 것이라며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우선 북한과 베트남은 민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베트남의 경제중심지인 남부에서는 농장과 공장이 국유화됐던 시기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전에 사업체를 운영했던 사람들이 빠르게 경제 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고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는 민영화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식 자본주의인 장마당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멀다.
북한의 경제 구조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다. 1980년대 중반 베트남은 노동인구의 70%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고 작물을 재배해 직접 판매하는 등 수익 구조의 간단한 변화는 농업 생산성을 급격하게 증가시켰다. 농업에서 종사하다 공장으로 옮겨간 노동자들은 수출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산업일꾼으로 자리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구의 60% 이상이 이미 도시에 살고 있다. 따라서 경제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빈사 상태의 산업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그런 점에서 북한은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동유럽과 더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업률이 급증하거나 이미 만연해있는 부패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패배자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으로부터 자본을 유치하기 쉬운 지리적 이점이 있지만 2016년 남북 관계가 경색된 이후 해외 투자가 저조한 것도 발목을 잡는다.
북한의 또 다른 약점은 고령화다. 베트남은 도이모이를 시행할 당시 중위연령이 20대인 젊은 국가였다. 그러나 북한의 중위연령은 이미 34세다. 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의 중위연령이 41세니 북한도 젊은 국가라고 보기는 힘들다. 북한은 경제 성장을 하기도 전에 고령화에 직면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모든 조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 개혁에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라며 베트남식 모델을 따라가긴 어렵겠지만 바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