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칼럼] ‘이낙연 표’ 개각을 기대한다

입력 2018-07-03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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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을 하나 보다. 건강 이상으로 며칠 쉰 문재인 대통령이 복귀함에 따라 개각 문제로 관심이 쏠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했으니 장관들로서야 짧은 기간이다. 당연히 더 하고 싶겠지만 개각은 꼭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이번 개각론이 특이한 것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그 필요성과 규모에 대해 주도적으로 일을 이끌어가는 점이다. 헌법상 국무총리는 국무위원에 대한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는다.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는데, 실제로 임명 제청과 해임 건의를 제대로 한 총리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좀 달라 보인다. 소폭이 될지 대폭이 될지 개각 규모는 불투명하지만 이 총리는 대폭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책무에 충실하려 하는 것 같다. 지난달 2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릴 예정이던 규제혁신 점검회의(10여 개 부처 참여)는 내용이 미흡하다고 판단한 이 총리의 건의에 의해 취소됐다.

이어 이 총리는 다음 날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장관들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우선 국민생활과 직결된 일은 장관들이 직접 챙기고 정책의 입안부터 결과까지 대국민 설명을 충실히 할 것을 촉구했다. 최근의 여성운동은 종전과 전혀 다른 양상이며 우리 사회 저류의 변화를 알려주는 문명사적 대전환이라는 말도 했다. 이런 변화를 인식하고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철학과 감수성을 정부가 함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발언이다.

이 총리의 발언 중 개각과 관련 있는 부분을 찾는다면 ‘유능, 도덕성, 겸손한 태도’다. 이 세 가지는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선거 이후 문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거론한 것인데, 이 총리는 장관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일에 무능하거나 대국민 접촉이 부실하거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장관들이 경질 대상이 될 수 있다.

장관 인선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병역 기피,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이력 등 ‘고위공직자 7대 배제원칙’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청문회 통과에 유리한 국회의원을 인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위야 어쨌든 문재인 정부는 내각 완성이 다른 정부 때보다 더 늦었다.

현직 장관들 중에는 소관 업무에 대해 아는 게 없고 무능하다는 말을 듣는 사람이 몇 명 있다. 무능한 장관은 진영의 이념과 친분에 의해 발탁된 경우가 대개 그렇다. 지금 우리는 고용과 분배, 근로시간 단축 등 국민의 삶의 문제에서 큰 변환기에 처해 있다. 전문적인 행정능력과, 이 총리가 강조하는 ‘철학과 감수성’을 갖춰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 필요하다. 유능은 자신이 전문성을 갖춘 경우만 말하는 게 아니다.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골라 역량과 소신껏 일을 하게 해주는 능력도 유능이다. 그런 인사를 고를 줄 아는 도덕성과 감수성이 꼭 필요하다.

2기 내각부터는 진영과 이념의 논리에서 벗어나 전 지역적, 전 진영적 구성을 했으면 좋겠다. 이 총리는 이런 필요성을 잘 알고 있을 테니 개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해 문 대통령과 숙의하기를 바란다. 총리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2일 이후 1년 동안 문 대통령과 이 총리는 36차례 단독 회동을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이낙연 총리님 같은 좋은 분을 과연 총리로 모실 수 있을 것인가”라는 말도 했다. 그게 빈말이 아니라면 이 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총리가 새로운 내각 구성의 좋은 사례를 보이기 바란다. ‘이낙연 표 개각’은 대통령에게 오히려 자랑스러운 업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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