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VAN)수수료 ‘정률제’ 개편안 시행을 앞두고 카드업계와 금융당국 간 ‘동상이몽’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개편안은 소액결제가 많은 편의점이나 음식점에 유리해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모두 도입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줄어든 수수료를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으로 메꿔야 하고 영업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당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6일 밴 수수료 정률제 개편과 카드 수수료율 상한선 인하(기존 2.5%→2.3%)를 결정했다. 밴 수수료는 카드사가 결제승인·매입 업무를 처리하는 밴(VAN)사에 제공하는 수수료다. 카드업계는 밴 수수료 정률제 도입에는 공감하지만, 카드사 영업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수료 상한 인하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같은 날 카드수수료 상한선 인하 반대 합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2일 “이번 수수료 상한선 인하는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선 상한선은 업계 자율로 결정한다”며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지난달 26일) 발언으로 수수료율 0.2%가 그대로 인하됐는데 감독규정의 경우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와 국무회의를 거쳐서 공표되는 것이 절차”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 자율로 결정돼야 할 사안을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에 양대 노조는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를 항의 방문해 담당자를 면담하기도 했다. 이들은 해결책으로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수수료 상한선 제한이 아닌, 대형·재벌 가맹점 수수료율을 높여 형평성을 맞추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차등수수료제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이미 여신법에 근거해) 적격비용에 맞춰 수수료를 산정하도록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격비용에 근거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법률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우대 수수료는 연 매출 5억 원 이상이면 카드사가 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에 근거해 차등적으로 (수수료를) 산정하는 것이라면 (이미)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업계와 금융당국의 대립은 내년부터 시행될 카드 수수료율 조정을 앞두고 벌인 ‘기 싸움’으로 해석된다. 현재 카드 수수료율의 원가 개념인 적격비용 산출 용역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더 이상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수수료율 인하 기조가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