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28일 오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수백억 원대 상속세를 탈루하고,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날 조 회장은 검찰 출석 전 기자들과 만나 "검찰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 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검찰에 모든걸 말하겠다"고 말했다. 횡령ㆍ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며 말을 아꼈다.
검찰은 조 회장의 조세 포탈, 횡령·배임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고(故)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해외 부동산, 예금 등 자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상속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서울 국세청은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이같은 정황을 파악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2002년 사망한 조중훈 전 회장은 스위스, 프랑스 등에 부동산, 예금을 보유했으며, 조양호 회장 남매가 내지 않은 상속세는 적어도 5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지검은 사건을 기업·금융범죄 전담부인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 사무실 등 10여 곳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여 회계장부 등 상자 11개 분량의 자료를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이어 26일 고(故)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불러 상속세를 누락한 경위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 거주 중인 장녀 조현숙 씨에 대한 조사만 이뤄지면 조세포탈 혐의를 받는 조중훈 전 회장의 5남매를 대상으로한 조사는 마무리된다. 검찰은 조현숙 씨가 입국하는 대로 조사할 계획이다.
더불어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부동산을 관리하는 그룹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들여다 보고 있다.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 중간에 총수 일가 소유 회사를 끼워넣는 등의 방식으로 통행세를 걷어 부당이득을 취한 의혹도 파헤치고 있다.
한편 조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이후 한진가(家)는 사정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갑질·폭행',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혐의로 두 번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각각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인하대학교 부정 편입학' 의혹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