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지난 2016년 ‘구글 어시스턴트’를 출시하면서 경쟁사보다 수년 늦게 음성인식 AI 부문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성능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아마존의 ‘알렉사’, 마이크로스프트(MS)의 ‘코타나’ 등과 격전을 벌이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 등 구글 경영진은 음성인식을 검색과 더불어 회사의 양대 축으로 인식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리서치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은 36%로, 전년 동기의 9%에서 급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 점유율은 전년의 88%에서 52%로 낮아졌다. 아직 아마존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추격하는 구글의 기세는 맹렬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글은 최근 구글 어시스턴트 업데이트와 함께 사용자 대신 전화를 걸어 말할 수 있는 새 음성 시스템 ‘구글 듀플렉스(Google Duplex)’를 발표했다. 듀플렉스는 레스토랑 예약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자를 위해 심부름을 할 수 있다. 구글은 올여름 듀플렉스 초기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직 미국 내에서만 전개할지 해외로 확대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도와 브라질 등 아직 스마트폰 앱 대신 일반 전화를 많이 쓰는 신흥시장에서도 듀플렉스 시험을 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구글은 듀플렉스뿐만 아니라 기존 AI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 최신 기능도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이전보다 음성 명령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유명 가수 존 레전드를 포함해 6개의 새로운 음성을 더했다.
구글이 AI에 주력하는 것은 회사 간부들의 발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글이 실적 발표 당시 AI 관련 제품을 언급한 횟수는 2016년 후반 급증해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애플의 시리, MS의 코타나 등 음성인식 AI가 처리하는 사용자 질문이 구글 주 수입원인 검색의 강점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AI는 구글에 최우선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피차이 CEO는 지난해 말 구글 모회사 알파벳 실적 발표 자리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검색과 더불어 우리 사업의 ‘기둥’”이라며 “기계학습 성능을 높이는 등 구글 어시스턴트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음성인식 AI를 강화하고자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구글은 2014년 2월 스마트 온도계 업체 네스트랩스를, 지난 2016년 9월에는 자연언어 처리 플랫폼인 API.ai를 각각 인수했다. 올해 2월에는 로그미인(LogMeIn)으로부터 사물인터넷(IoT) 제품 개발 플랫폼인 자이블리(Xively)를 사들였다.
신문은 음성이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 분야에서 광고와 과금 시스템은 아직 모색 단계에 있다며 구글이 음성 검색을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시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